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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패권 세력에 반발해 만들어진 바른정당이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 끝내 버티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국민의당마저 무너진다면 어찌될까?
과거 여야 패권세력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했던 양당체제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정말 상상조차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끔직한 일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체 오늘 무슨 일이 터진 것인가.
유승민 후보의 사퇴를 압박하던 바른정당 소속의원 13명이 2일 오전 집단탈당을 결정,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권성동, 김성태, 김재경, 김학용, 박성중, 박순자, 여상규, 이군현, 이진복, 장제원, 홍문표, 홍일표, 황영철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탈당배경에 대해 “보수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국민들께서 보수의 분열은 있을 수 없으며 친북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보수는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준엄한 요구를 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건 이유가 안 된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을 깨고 나간 사람들, 즉 보수정당을 분열시키고 만든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수 대동단결’ 운운하며 한국당 복당을 구걸하는 모습이 구차하기 이를 데 없다.
따라서 이들은 ‘보수 대동단결’이라는 거대한 명분을 탈당 사유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는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 때문’이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이 그들의 정치생명을 연장시켜 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우선 당장 탈당했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당에 복당되는 게 아니다.
실제 이철우 한국당 중앙선대책본부장은 “당내 절차에 따라 복당 허가를 하겠다”며 이날 곧바로 입당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리위에서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절차를 거쳐 복당이 이뤄진다고 해도 정치인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공천’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천은 고사하고 어쩌면 지역 당협위원장자리조차 차지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할지도 모른다. 당내 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들 복당에 대한 반발기류가 만만치 않은 탓이다. 어쩌면 탈당파들이 정치낭인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잔류파들이 지키는 바른정당의 운명도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원내 비교섭단체로서 국회에서 온갖 설움을 당할게 불 보듯 빤하다.
그러면 친문패권세력에 맞서 만들어진 국민의당은 어떤가.
5.9 장미대선 이후 그 운명이 결정지어질 것이다.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그 앞길은 탄탄대로이겠으나 현재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안 후보가 친박-친문 양대 패권세력에 맞서는 비주류 정치세력의 연대, 즉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연대’를 성사시켰더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런데 안 후보가 지나치게 ‘자강론’에 집착한 나머지 모든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특단의 ‘반전카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번 대선은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입증하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전의 카드’를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5.9 대선 이후의 국민의당 미래가 거정되는 것이다.
설사 패배하더라도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처럼 큰집에 들어가기 위해 구차하게 입당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즉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우며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저울질하는 의원들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호남출신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선 대선 이후 민주당 입당을 위해 줄을 설 것이란 소리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정치생명이 연장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친문패권세력은 이미 국민의당 호남중진 의원들을 ‘적폐’로 규정하고 척결해야할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당 의원들은 ‘민주당 입당’이라는 허황된 꿈을 버리고 새로운 각오로 대선에 임해야 할 것이다. 설사 패배하더라도 당당하게 국민의당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다보면 안철수 후보가 반전의 기회, 나아가 승리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모쪼록 대선 이전에 성사시키지 못해 아쉬움이 컸던 ‘국민의당-반른정당 연대’가 대선 이후에라도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야만 ‘양당 패권세력’이 적대적 공존관계를 유지하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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