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바른정당, 위기가 곧 기회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5-11 14: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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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5.9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3당 한계론’을 제기하면서 이들 정당의 소멸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차기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 일부가 더불어민주당에 들어가고, 바른정당의 일부는 자유한국당으로 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선’이라는 정략적 계산보다 ‘중도’라는 가치관을 앞세운 3당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거대 양당의 ‘통합유혹’이 너무나 달콤한 까닭이다.

실제 이미 여당이 된 민주당에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민의당은 통합과 연대의 대상”이라고 강조해왔으며,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연대 조건으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 은퇴를 걸기도 했다.

사실 국민의당 의원들 대부분의 지역구는 호남에 몰려있다. 그런데 호남에서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은 문재인 대통령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다음 총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중도 정당’에 대해 뚜렷한 가치관을 지닌 의원이라면 그 어떤 유혹이 오더라도 뿌리칠 수 있겠지만, 정략적 계산을 앞세우는 의원들은 호시탐탐 민주당 입당 기회만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바른정당은 어떤가.

대선과정에서 13명이 한국당 복귀를 희망하며 탈당해 20석으로 쪼그라든 바른정당의 앞날은 더욱 암담하다. 추가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회 ‘캐스팅보트’로서 역할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정계개편 과정에서 친정인 자유한국당으로 흡수되지 않기 위해선 집안 단속부터 해야 할 판이다. 만일 한 명이라도 빠져 나가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해 의정 협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바른정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같이 가자”, “함께 가자”는 말이었을까?

이는 앞으로 빠르게 전개될 보수 진영 정계개편을 앞두고 흩어지지 말자는 주문과도 같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다음 총선을 우려하며 한국당 입당을 저울질하는 의원들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소멸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다.

대선과정에서 고집스럽게 연대를 반대했던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보수’만 고집했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이로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내에서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잃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혁적 중도’의 가치관 아래 통합을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활짝’열린 셈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선전한 것은 ‘개혁적 중도’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새 정치를 해달라는 국민의 바람이자, 양당제 폐해를 끝장내고 다당제를 만들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었다.

그런데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그런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안철수와 유승민 모두 “연대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했다. 국민들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자강론으로는 안 된다’는 분명한 경고메시지를 보냈었다.

그럼에도 두 후보 모두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고집스럽게 ‘나 홀로’만 선언하다가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이다.

같은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금 자유한국당의 부활로 다시 양당 기득권체제로 재편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반드시 통합해야만 한다.

양당 통합의 위력은 ‘제 2의 YS-DJ 연합’과도 같아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85년 치러진 12대 총선 당시 YS와 DJ가 손을 잡고, 신한민주당(신민당)을 만들었다.

전두환 대통령의 민주정의당(민정당)과 제1야당인 민주한국당(민한당)이 이미 거대한 양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상황에서 신당인 신민당의 도전은 흡사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무모해 보였지만,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비록 민정당이 의석수에서 앞서기는 했지만, 단숨에 민한당을 제치고 제1야당의 자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야당이 지역구 의석의 52.7%를 차지하면서 사실상 야당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쩌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그런 기적 같은 승리를 재현하는 발판이 될지도 모른다.

모쪼록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모두 어우를 수 있는 통합리더십을 지닌 지도자가 나타나 제3당의 당당한 도전을 성공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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