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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공개된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대선이 끝난 후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정의당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들의 지지기반이라고 호언장담했던 호남에서조차 10%대를 넘기지 못했다. 다른 지역과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바른정당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지율은 비록 대선 전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고는 하나, 원내정당 가운데서는 여전히 꼴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조만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놓이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정치를 과거의 양당 패권시대로 후퇴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4.13총선에서 새 정치를 해달라는 국민적 요구를 담아 만들어진 다당제이다. 이를 포기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어떻게든 지금의 위기를 딛고 살아남아야 한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은 양당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사실 양당 통합으로 인해 얻는 유익은 너무나 많다.
우선 당장 거대정당의 유혹으로부터 자당 소속 의원들을 지켜낼 수 있다.
지금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 의원들을 향해 “우리는 같은 뿌리”라며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 탈당파들을 대거 복당시키며 은근히 추가 이탈자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소속 의원들을 언제까지 붙잡아 둘 수 있겠는가. 원심력이 점점 강해지면서 양당에서 탈당 자들이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저지하려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 주어야 한다. 그 방편으로 통합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또 양당 통합은 국회에서 단순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도적으로 정치를 개혁하는 힘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사실 40석이나 20석으론 국회에서 군소정당의 지위를 뛰어 넘을 수 없다. 대접 역시 소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60석 규모라면 당장 대접이 달라질 것이다. 그 힘으로 국회에서 정치개혁의 주도권을 쥐고 나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정당의 공천을 희망하는 유력 인사들도 줄을 잇게 될 것이고, 나아가 차기 총선과 대선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커지게 될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거대 패권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끊어내는 일이다.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굳이 대안을 제시할 필요도 없이 서로를 비판하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거대한 제3당의 등장으로 국민의 선택지가 넓어지면 그런 방식만으로는 양당이 생존할 수 없다.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사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나타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공약을 보면 ‘중도개혁’이라는 가치 면에서 별다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양당통합론은 이른바 ‘자강론’을 주장하는 사람들 때문에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자강론, 물론 좋다. 독자적으로도 거대한 양당의 패권정치를 견제하고 능가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높은 이상만 가지고는 정치를 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3위로 밀려나고, 유승민 후보가 고작 6%대의 지지를 받는데 그친 것은 그 잘난 자강론 때문이었다.
만일 당시 양당이 연대하거나 통합했더라면 결과는 지금과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따라서 대선 패배를 초래한 자강론은 이제 폐기돼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전 대표가,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의원이 여전히 자강론을 고집하고 있으니 문제다.
실제 국민의당에서 주승용 의원이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띄우자 박 전 대표는 "지금은 자강할 때"라며 적극 반대했다. 바른정당에선 주호용 원내대표의 통합론에 맞서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이 깨지고 없어질 때까지 남아 있겠다“고 반발했다. 대선에서 그 ‘자강론’ 때문에 패배했음에도 아무런 반성이나 대안 없이 ‘자강론’이 옳다고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자강론’을 폐기하는 순간, 그런 주장을 했던 자신들에게 돌아올 막중한 책임론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발언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경고하거니와 그대들이 끝까지 자강론을 고집하고, 그로 인해 제3당이 공중분해 될 경우 그대들에게 돌아올 책임은 더욱 크고 무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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