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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통령이 될 수 없지만 호남의 지지만으로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려면 ‘탈 호남’을 선언하고, 전국 정당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호남에서도 버림받게 될 것이다.”
필자는 지난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 압승’이라는 성적에 도취돼 스스로 ‘호남 자민련’의 길로 나아가는 모습을 우려하며 이같이 조언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는 현실이 됐고 5.9 대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완패 했다. 자신들이 안방처럼 생각했던 호남에서조차 버림받았다.
그래서 이번엔 국민의당이 정신 차리고 전국정당화의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길로 나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여전히 ‘호남 자강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국민의당에선 ‘연대론’과 ‘호남론’을 놓고 심각한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대선 참패 후 제3정당의 외연확장을 위해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호남 기득권 세력들이 ‘집단탈당 불사’ 운운하며 재를 뿌리고 나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김동철 원내대표가 "국민 여론이 동의하는 선에서 바른정당과 통합 노력이 가능하다"며 연대는 물론 통합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이에 이언주·최명길 의원 등이 적극적으로 가세했다. 정체성이 비슷한 정치 세력과의 연대로 제3당이 가진 교섭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과거 DJ와 YS가 손잡고 당시 여당이었던 민정당과 제1야당이었던 민한당의 양당체제에 맞서 ‘민추협’을 결성한 것처럼 하자는 것이다.
그러자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대철 상임고문, 김옥두·박양수·이훈평 전 의원 등은 지난 19일 가진 오찬 모임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및 연대가 현실화된다면 집단탈당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들은 대부분 ‘호남 자강론자’들이다. 호남에서 독자적으로 세력을 키우다 여의치 않으면 차라리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연정 및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한심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국민의당은 당의 최대 기반인 호남에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대선에서 안철수 당 후보의 득표율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절반에 그친데 이어 대선 후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 5%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마디로 ‘탈 호남’을 선언하고 전국 정당화의 기반을 다지지 못하면 국민의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 것이란 경고가 나온 셈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호남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호남 세력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민주당으로 회귀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스스로 ‘국민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는 사실을 자인 하는 꼴 아니겠는가.
국민의당은 창당 당시 거대 양당의 패권정치에 맞서 제3당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친박 패권세력과 친문 패권세력이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만으로 사실상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실제 당시 국민의당은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당을 앞섰다.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은 탓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호남에서 자강(自强)하다가 안 되면 민주당으로 돌아가자니 어디 말이나 되는 것인가?
국민의당 존재 이유는 거대 양당을 견제하라는 국민적 요구 때문이다. 특히 좌우 이념대결에서 벗어나 민생정치를 구현하라는 지상명령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국민의 삶을 우선하는 중도 정당으로서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라는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안철수 전 대표뿐만 아니라 단숨에 유승민, 남경필 등 이른바 스타급 대권주자들을 가장 많이 확보한 정당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정당이라면 내년 지방선거도 한번 해 볼만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의 경우 이른바 ‘소통령’이라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승리하면 가장 대권에 근접한 정치인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서울시장 임기와 차기 대선이 근접해 있어서 서울시장 임기를 잘 마무리하면 곧바로 그 평가가 대선후보로 이러질 수 있는 까닭이다.
그것은 국민의당 다른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고, 결국 국민의당을 전국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안철수 전 대표 주변에서 패배할 것이 두려워 서울시장 출마를 만류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조언이 아니다. 그보다 더 힘겨운 대선 재도전의 꿈을 위해서라도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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