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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뽑은) 700만명은 양당구도를 거부했고, 유승민 후보(득표수 220만표)도 우리와 비슷한 성향이라고 보면 거기에 합해질 것이다. 호남을 중심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될까봐 문재인 후보가 싫은데도 억지로 찍은 사람들도 추정하건대 200만~300만명 정도는 된다. 다 합하면 거의 1200만명 정도가 거대 양당 구도를 거부하신 분들이다. 우리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때 미안한 마음을 표로 표현하실 것이다. 그게 우리의 가능성이자 희망이다.”
이는 5.9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패배한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24일 부산을 방문해 시당 관계자, 지역위원장 등과 조찬간담회를 하면서 한 발언의 일부다.
한마디로 5.9대선에서 거대한 패권 양당체제를 거부한 유권자가 어림잡아도 1200만 명쯤은 된다는 것이다.
맞다. 일단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획득한 700만 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간 220만 표 등 이들에게 돌아간 920만 표는 누가 뭐래도 ‘패권양당 구도’를 거부하고 이른바 ‘제3지대’를 지지하는 표심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기초가 탄탄한 자유한국당 조직을 기반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홍준표 후보에게 불안감을 느껴 ‘제3지대’를 지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로 넘어간 유권자가 적어도 200만~300만명 가량은 된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선 이전에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양당 패권 정당의 적대적 공생관계 저지’를 명분으로 연대했더라면, 친문패권세력의 집권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사실, 경선과정에서부터 ‘자강론’을 주장했던 안철수도 대선 막판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른바 ‘박지원 상왕(上王)’ 논리가 보수.중도 층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고, 그로 인해 유승민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이다.
손학규 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었다. 즉 손학규는 안철수의 뜻에 따라 바른정당과 연대방안을 모색했다는 말이다.
실제 당시 손학규는 “모든 가능성을 열고 선거 승리를 위해 가는 것”이라며 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과 회동해 연대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런데 제동이 걸렸다.
당내에선 박지원 전 대표가 제동을 걸었다.
실제 박지원은 당시 "우리 당에서도 개인적으로 의견을 가진 분도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자강론'으로 갈 것"이라며 "어떤 분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는 것도 가급적 말이 안 나오게 당부드렸다"고 손학규의 연대행보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훼방을 놓았다.
당 밖에선 유승민 후보가 제동을 걸었다.
탈당파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권창출’보다 자신의 정치적 안위가 더욱 다급했던 유승민은 당시 손학규와 회동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말았다.
그 결과 안철수와 유승민은 참담한 패배를 당하고 만 것이다.
문제는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제3 세력’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1200만 명의 유권자가 ‘양당체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제3 세력’이 승리할 수 없다면, 그건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양당구도를 거부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요구는 아주 간단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연대를 하거나 통합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또 다시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힘을 키우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에선 구시대의 동교동계 원로들이 양당 통합을 거부하면서 오히려 민주당과의 통합을 갈망하고 있는가 하면,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추종자들이 당내 입지강화를 위해 통합을 반대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옛날 DJ와 YS가 손잡고 이른바 ‘민추협’을 만들어 당시 집권당인 민정당과 제1야당인 민한당을 뿌리치고 신민당 돌풍을 일으켰던 것처럼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과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바른정당이 손을 잡고 ‘제3지대’ 돌풍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동시에 영호남 지역연대를 통해 국민의당이 전국정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즉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로 ‘제2의 민추협’을 만들라는 말이다.
그러자면 줄곧 바른정당과의 연대론을 주장해온 손학규가 당 대표로 추대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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