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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놓고 40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2중대’라는 달갑지 않은 주홍글씨가 새겨지고 말았다.
현재 민주당은 120석, 국민의당은 40석으로 양당 의석수를 합하면 재적의원 과반수(299명 중 150명)가 넘는다. 따라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반대하더라도 무난히 총리 인준을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한국당은 31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아예 참석 자체를 안 하겠다는 입장이고, 바른정당은 본회의에는 참석하되 ‘부적격’ 의견을 내다는 방침을 정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의당은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선 ‘국민의당을 탈당하겠다’는 당원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대체, 국민의당은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호남 기반 정당으로서 호남 출신 총리를 거부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상당 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과 당 중진들은 "(국민의당이) 이 후보자를 내치면 이번 대선에서 완패한 호남에서 여론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호남 딜레마'다.
물론 이낙연 후보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는 달리 낙마할 정도의 중대한 위법이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의 ‘위장전입’은 16년 전의 까마득한 옛일인데다가 투기라든가 자녀들의 학군 문제 등 어떤 이득을 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까닭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당초 스스로 ‘5대 배제원칙’을 선언했던 만큼, 야당으로서 문 대통령의 직접해명과 사과 없이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그냥 은근 슬쩍 넘어가는 이유가 ‘호남’때문이라니 걱정이다.
국민의당은 이제 ‘호남딜레마’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호남 지역민의 눈치를 살피느라 야당으로서의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민주당 2중대’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고, 그로인해 당의 존재감은 더욱 미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의당은 ‘호남’이라는 작은 울타리를 벗어나 전국 정당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수도권 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국민의당은 ‘호남자민련’으로 남아 있다가 끝내는 민주당에 흡수돼 소멸당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것이 국민의당 소속 동교동계 원로들이 바라는 일일지도 모른다.
사실 국민의당 일각에서 제3지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외연확장을 위해 바른정당과 연대하거나 통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 가장 반발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동교동계 원로들은 국민의당이 ‘호남’의 지역 울타리를 벗어나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는 순간 자신들이 가졌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아마도 그게 싫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말이야 바른 말이지 ‘동교동계’라는 건 호남에서만 인정받는 구시대의 정치집단으로, 되레 국민의당의 전국 정당화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지 않는가.
이제 국민의당, 특히 자신이 창업주라고 주장하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는 무언가 결단해야 한다.
동교동계와 ‘호남’이라는 딜레마를 극복하고 ‘정국 정당화’의 길로 나아가든지, 아니면 그대로 호남과 동교동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소멸되어 버리든지 선택을 하라는 말이다.
만일 국민의당이 거대한 패권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끊어내는 ‘제3당’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 ‘호남’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
호남은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 창당에 힘을 실어준 보금자리와 같은 지역이지만, 동시에 국민의당 외연확장을 저해하는 족쇄와도 같은 지역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면 국민의당은 미래가 없다.
정말 국민의당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그리고 ‘제3의 정당’이 힘을 얻어야 한다고 판단된다면 더 이상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를 미룰 필요가 없다. 그 과정에서 안 전 대표는 호남인이 아니면서도 호남인들의 지지를 받는 손학규 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에게 간곡히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손 전 대표의 성품상 도움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내민 손을 기꺼이 잡아 줄 것이다. 모쪼록 국민의당이 거대양당 패권세력을 견제하는 단단한 제3당으로 자리매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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