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의 ‘헐리웃액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5-31 12: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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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보고 누락 진상 조사를 지시하는 과정을 전하며 “충격적”, “격노” 등 수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마치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 그렇게 표현했다.

그런데 정말 문 대통령이 그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드 1개 포대 도입은 이미 공식화된 상태이고, 1개 포대가 6기 발사대로 구성되어 있다는 건 상식인데, 그 중 2기가 먼저 들어왔다면 나머지 4기가 추가로 반입된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언론들은 이미 한달 전에 우리나라에 추가로 들어온 사드 발사대 4기가 경북 성주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은 바 있다.

실제 YTN은 지난 4월26일 발사대를 실은 차량 네 대가 부산에서 대구 방면으로 이동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추가로 반입된 사드 발사대의 모습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YTN뿐만 아니라, MBC, MBN도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마치 이런 추가반입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반입된 과정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문 대통령의 과장된 반응에 대해 ‘헐리웃액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달 29일 사드 발사대 6기가 이미 들어와 그 중 2기는 성주골프장에 배치됐고, 나머지 4기는 왜관의 캠프 캐럴에 보관중이며 하반기에 배치될 것이라는 군 관계자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게재하며 “이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대통령 발언이 정말 당황스럽다”고 꼬집었다.

특히 하 의원은 국방부가 고의로 보고를 누락해 은폐하려했다는 청와대의 주장에 “언론에 이미 보도된 사실을 고의 은폐할 바보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낙연 국무총리 내정자의 국회 본회의 인준표결과 관련,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를 결정한 국민의당에서도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사드 문제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놀랍고 충격적"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의심 된다"고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어 "새로운 사실이 아닌데 이제 와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마치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국방부를 다그치고 언론플레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가세했다.

한마디로 문 대통령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헐리웃 액션’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헐리웃 액션이란 신조어로서 상대방이 반칙을 하지 않았음에도 일부러 넘어지면서 심판의 눈을 속이는 행동을 했을 경우에 사용된다.

그러면 대체, 문 대통령은 헐리웃액션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어쩌면 문재인정부의 첫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양파껍질’마냥 까면 깔수록 새로운 의혹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공직자 배제 기준으로 내걸었던 5대 원칙 가운데 무려 4가지에 해당이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의 장녀가 설립한 주류수입 회사는 서류상으론 지난해 6월에 설립됐지만, 1년째 운영되지 않아 유령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다가 특히 강 후보자의 부하 외교관이 이곳에 투자한 사실도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장녀 명의의 통장에 투자금을 보내 법인자금을 유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강 후보자는 이미 자녀 위장전입과 거짓 해명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은 데다, 뒤늦게 증여세를 납부해 세금탈루 정황도 포착됐다. 여기에 강 후보자 딸이 소유한 거제시 땅마저 논란에 휩싸였다. 수자원관리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공익용산지'에 단독주택을 짓고 강 후보자 남편 이름으로 전입신고 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장관 후보로 지명된 사람이 이런 정도라면 다른 사람은 어떨까?

만일 국민의 관심이 문 대통령의 ‘잘 못된 인사’ 쪽으로 쏠릴 경우 대통령의 국정장악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관심을 ‘인사’가 아니라 ‘사드’ 쪽으로 돌리려고 ‘헐리웃액션’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게 과연 올바른 국정운영방식일까?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상의 무기는 ‘꼼수’가 아니라 ‘정직’이라는 사실을 대통령이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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