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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비어천가를 부르며 ‘나를 좀 봐 달라’고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오라고 하지 않으니 당을 팔아서라도 가려는 것이냐?”
이는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최근 문재인정부를 극찬하고 있는 박지원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의 소리다.
이언주 의원은 6일 기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우리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얻은 41%가 아닌 60%에 가까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국민을 겨냥하는 것으로 당의 기조를 잡아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쏘아붙였다.
대체, 이 의원은 왜 이토록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국민의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과 연관이 있다.
실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민의당을 향해 ‘사쿠라 정당’ ‘여당 2중대’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연일 공세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당 내부에서도 “야당 정체성을 잃어버렸으니 민주당 2중대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는 한탄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새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국민의당은 오히려 야당으로서의 정체성과 호남 민심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민심은 민심대로 잃고, 야당으로서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이고 말았다.
국민의당의 인사 검증에는 찬성과 반대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단 반대 논리를 펼치다가 부정적인 여론이 심해지면 어느 순간 안정된 국정운영과 협치를 내세우며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이낙연 국무총리 때도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더니 돌연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한다면서 입장을 바꿨고, 최근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이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하다”는 논평을 낸 것만 해도 수차례에 달한다. 그런데 정작 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에 와서는 망설이는 모양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이찬열 국민의당 비대위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선과 관련,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며 “외교부장관 할 사람을 공개모집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호남에선 “강경화 후보도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으로서 정체성과 호남 민심을 두고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민의당 호남 지역구 출신들은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이날 “당당하고 떳떳하게 정부에 협조할 때는 거리낌 없이 협조하는 ‘준 여당’으로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며 스스로를 ‘준 여당’으로 규정한 것 역시 그런 속내의 단면을 드러낸 것일 게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창당 정신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4.13 총선 당시 국민의당은 거대한 양당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고 합리적 중도 개혁세력이 함께 하는 새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창당됐다. 또 다른 제3정당인 바른정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탄생한 ‘인위적 정당’이라면 국민의당은 총선의 민의가 반영된 ‘제3당’으로서의 정통성이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과연 그런 창당정신을 견지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아울러 내부 혁신이 절실하다.
우선 지역적으로는 ‘탈(脫) 호남’을 통해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해야 하고, 정서적으로는 ‘탈(脫) 강남’으로 서민정당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호남주민들의 눈치 보기로 일관하다가는 전국정당화는커녕 오히려 텃밭인 호남마저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지금의 정부를 ‘강남좌파 정부’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은 서민들을 위한 ‘강북 정당’을 선언하는 것도 고려할만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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