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은 강경화 위한 ‘희생양’?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6-18 11: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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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허위혼인신고 전력과 아들의 학교 문제 논란 등으로 결국 국회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문재인정부 각료 후보자 중 ‘1호 낙마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물론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 안 전 후보자의 낙마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뭔가 석연치 않다.

안경환 전 후보자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기 전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그 일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로 반성하고 후회하며 평생 제 가슴 속에 새기고 살고 있다”면서도 “사퇴할 정도로 책임을 져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런데 불과 9시간 만에 돌연 "법무부 장관 청문후보직을 사퇴한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는다"고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대체 지난 16일 오전 기자회견부터 밤 사퇴 발표까지 안 전 후보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안 전 후보자는 그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강제 혼인신고 관련 의혹을 민정수석실 검증 과정에서) 대부분 해명했고 2006년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전 사전검증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는 "안 후보자가 왜 그렇게 말씀했는지 모르겠다"며 "인사 발표 전 그 논란에 대해 몰랐다. 언론을 보고 알았고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철회 가능성을 언론에 흘렸다.

사실 청와대가 사전에 그의 이혼경력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설사 안경환 전 후보자가 이혼경력을 따로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더라도 호적 등은 청와대가 기본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소 안 전 후보자와 가까운 사이였던 조국 민정수석이 이런 사실들을 몰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따라서 안경환 전 후보자의 지명철회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의 자진사퇴를 이끌어낸 데에는 분명히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게 대체 뭘까?

어쩌면 그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 3당으로부터 ‘부적격’ 판단을 받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위한 희생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자녀 위장전입과 이중국적, 논문표절 의혹 등에 이어 거짓말 논란까지 불거진 강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해 왔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멋진 여성”이라고 극찬하며 인사권자로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바로 그럴 즈음에 안경환 후보자의 자질 논란이 불거졌던 것이다.

사실 안경환 후보자나 강경화 후보자 모두 도덕적으로 흠결 있는 인사다. 누가 더 흠결이 많은가 하는 것은 ‘도토리 키 재기’와 같은 것으로 의미가 없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미 강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 강행의지를 표명한 상태여서 물러서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안경환 후보까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청와대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즉 대통령이 임명강행 의지를 피력하지 않은 안경환 후보를 의도적으로 낙마시킨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과연 이런 식의 인사가 온당한 것인지 모르겠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지 이제 한 달 남짓으로 아직 아무 것도 한일이 없음에도 국정운영 지지율이 80%대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는 실제 지지율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가 담겨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인사를 계속하면 국민의 기대가 조만간 실망으로 바뀔 것이고, 민심이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원칙에 맞는 인사를 할 필요가 있다.

야 3당은 이미 '부적격'으로 판정한 강경화 후보자 외에도 김상곤 교육 부총리후보자(논문표절 등),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음주운전 등),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방산업체 고액자문료 등) 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을 어떻게 처리 하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거나 외면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모쪼록 국민의 박수를 받는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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