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치권 일각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당 8.27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정국이 열리는데, 그러자면 ‘제7공화국’을 화두로 정계에 복귀한 손학규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의 정치적 무게감과 경륜을 활용하면 국민의당 외연 확장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적잖다.
하지만 손 대표는 아직까지는 전대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실제 25일 현재 전대 출마의사를 확실히 밝힌 사람은 정동영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이고, 간접적으로는 천정배 의원이 출마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손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손 전 대표의 주변 인사들도 전대 출마에 부정적이다.
사실 제1야당의 대표를 두 번씩이나 한 손 전 대표가 ‘미니정당’으로 전락한 국민의당 대표가 되기 위해 굳이 ‘경선’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선 당시 국민의당 경선에 나왔다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패배한 후 선거운동 기간 동안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열과 성을 다해 안 전 대표를 도왔던 그다.
그는 2011년 4·27 보궐선거 당시에는 죽어가는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한나라당이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했던 한나라당 초강세지역에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 듯 출사표를 던졌었다.
당시 제1야당 대표의 출마 선언은 4·27 재보선의 지형을 한순간에 흔들어놓았다. 선거판의 무게중심이 강원도에서 수도권으로 빠르게 옮겨졌고, 결국 ‘분당대첩’의 기적적인 승리를 일궈냈다. 선당후사의 모범을 보였던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당을 살려달라는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다면, 그는 이번에도 기꺼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지도 모른다.
이미 서울과 경기도, 인천 지역 등 상당수의 수도권 원외 위원장들이 그의 출마를 간곡히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충청권 일각에서도 그의 출마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부산.경남에서도 국민의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해선 그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목소리가 커진다면, 그도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손 전 대표가 항상 주장해 왔던 ‘선당후사’ 정신인 까닭이다.
특히 지금 국회에서 개헌특위가 재가동되었고, 내년 2월가지 개헌 초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개헌안의 방향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손 전 대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한 상황이다.
그는 항상 “내가 무엇이 되려는지 보지 말고, 무엇을 하려는지 보아 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그가 하려는 것이 바로 ‘제 7공화국’ 건설이다. 그가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왔던 것은 ‘제 7공화국’ 건설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즉 그의 목표는 ‘대통령’이 아니라 ‘개헌’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개헌’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다른 사람을 지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철수 지지로 분명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따라서 개헌의 디딤돌로 전당대회 출마를 선택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표출될 경우, 그도 그런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물론 손 전 대표가 ‘제7공화국’ 개헌을 명분으로 정계에 복귀해 국민주권개혁회의라는 국민협의체를 만든 만큼, 국회 개헌특위 개헌논의와 연계해 국민적 개헌운동을 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헌이 보다 힘 있게 추진되려면, 국민협의체 수장으로서의 역할보다 한 정당의 대표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개헌의 주도권을 국민의당이 쥐고 나아갈 경우, 침체된 국민의당에 생기가 돌 것이고,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할 고지를 점령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전남 강진에 머물면서 호남민심을 얻었고,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수도권 민심을 얻은 탓에 그가 당의 전면에 나설 경우,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전국정당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이는 기존에 거론되는 다른 당권주자들이 대부분 호남출신들이어서 ‘호남자민련’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탈피하기 어려운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손학규 전 대표의 결단여부다. 그는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제 그를 움직일 힘은 국민의당의 ‘전국 정당화’를 지지하는 당원들에게 있다. 당원들이 침묵하면 그도 침묵할 것이고, 그로인해 국민의당은 ‘침몰’할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