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공화국 개헌논의, ‘우물쭈물’ 말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7-05 14: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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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제왕적대통령이 군림하는 6공화국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부적격’의견을 무시하고,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를 임명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문재인정부의 내각은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도덕성만큼은 이명박정부나 박근혜정부의 내각보다는 월등히 우수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그렇지 않다는 게 백일하에 드러났다.

실제 19명의 인사청문대상자 중 무려 11명이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제시한 ‘5대 비리 원천배제’요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자질을 의심케 하는 후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특히 김상곤 장관과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 및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부적격 3종세트’로 규정하고 문 대통령에게 지명철회를 요구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실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들 세명을 "가히 역대급 부적격 트리오"라고 규정하면서 대통령의 지명철회를 요구했고,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세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임명을 철회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런 야당의 의견을 무시하고 김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나마 김 장관의 경우는 국민의당 협조로 가까스로 인사 청문보고서가 채택되기라도 했지만,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아예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었다.

더욱 큰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10일까지 채택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는 점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제왕적대통령제인 6공화국에서는 법률상 국회가 부적격 후보자에 대해 인사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10일만 지나면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을 할 수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의 요구는 10일 후 무조건 송영무,조대엽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렇게 되면 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던 ‘협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김상곤 장관 임명으로 인해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마당이다.

실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국회 ‘보이콧’ 투쟁을 방침을 세우는 등 강력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추경안 심의 관련 상임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임명 돼서는 안 되는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한 야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김상곤 후보자를 임명하면 다른 국회 의사일정에 참가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봐서 일절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 국방ㆍ외교통일ㆍ정보위는 즉시 소집하기로 하고 그 외 상임위는 일절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반발도 아무 소용없다.

대통령은 10일만 지나면 송영무,조대엽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야당의 반대를 아랑곳 않고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한 사례가 있었다. 제왕적대통령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국민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음에도 제왕적대통령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다른 얼굴로 남아 있게 된 셈이다.

이런 폐단을 막으려면 낡은 6공화국 체제를 혁파하고, 새로운 7공화국을 수립해야 한다.

즉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분권형’으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가 절충된 제도인 이원집정부제가 될 수도 있고, 독일식 의원내각제 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제왕적대통령의 독선을 저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국민투표를 공약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은 ‘제7공화국’ 건설을 위한 개헌논의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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