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위기 국민의당, 원외 선택에 달렸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7-06 14: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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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은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으로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마치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하다.

인터넷 상에선 박지원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호남 지지파와 안철수 전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안철수 지지파가 서로 상대방을 향해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감정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호남 지지파들은 안 전 대표가 입장표명을 미루는 것에 불만을 품고, 어차피 안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렵게 된 만큼 이참에 안철수 전 대표를 털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안철수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 복귀를 목매어 기다리는 호남 의원들은 필요 없으니 당을 떠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검증부실의 책임은 당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한 당시 지도부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8월 전당대회가 끝나면 양측 가운데 패배한 쪽이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당이 ‘제3지대 정당’의 중심축이 되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패권세력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견제해 달라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다.

과연 이런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실시해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지금 국민의당은 한계로 지목되고 있는 ‘안철수 사당론’과 ‘호남 자민련론’을 극복해야만 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당은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국민의당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장에 선출된 김기옥 서울 강북갑 지역위원장이 “우리에게 덧씌워진 안철수당, 호남당 꼬리표를 떼고 공당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호소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사실 ‘안철수’와 ‘호남’은 오늘의 국민의당을 만든 힘인 동시에 극복해야할 한계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 8월 전당대회는 ‘안철수 사당론’과 ‘호남 자민련론’을 불식시키는 통합 전당대회로 치러져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당권도전 의사를 밝힌 인사는 정동영 의원과 천정배 의원, 문병호 전 의원 등 ‘안철수 사당론’과 ‘호남 자민련론’과 같은 부정적 인식을 부채질 하고 있는 인사들뿐이다. 이들 가운데 누가 당 대표로 선출 되더라도 ‘통합 대표’가 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 불가론’이 국민의당 당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 몸담았던 성모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유미 사태로 당이 난파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전당대회는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웃음만 살 것”이라며 “국민의당 전당대회는 코스닥에서 곧 상장폐지 될 부도직전의 회사가 주주총회를 여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 대표 경선을 반대하는 심 모씨 역시 ‘이래도 당권 경쟁을 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전대 불가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심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히는 정당”이라며 “각설이 장타령 말고는 더는 기대할 것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마디로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전당대회 경선을 통해 새로운 당 지도를 선출해서는 안 되고,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대위가 ‘통합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경륜 있는 정치인을 찾아가 당 대표를 맡아달라고 읍소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른바 ‘당 대표 추대론’이다. 즉 통합리더십을 갖춘 경륜 있는 정치인을 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당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미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감하는 원외 지역위원장들의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원내 의원들과 당내 책임 있는 당직자들은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 구축을 위해 이미 특정 당권주자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걱정이다.

만일 그들의 입김이 커질 경우, 피 튀기는 전당대회는 끝내 강행될 것이고, 그로 인해 국민당의 파탄은 불 보듯 빤하지 않겠는가. 국민의당의 마지막 희망은 이제 40명에 불과한 원내가 아니라 200여명에 달하는 원외 위원장들의 선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존폐위기의 국민의당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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