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바른, ‘제3지대 통합론’ 가능할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7-09 12: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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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정당 핵심 당직자와 차 한 잔을 마시며 이른바 ‘제3지대 통합론’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일단 ‘제3지대 정당’의 필요성에 대해선 서로가 공감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고, 최근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정답게 팔짱을 끼고 언론 앞에서 공개적으로 포즈를 취한 것은 그런 관계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그런 거대 양당의 잘못된 공생관계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제3지대 정당’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기존의 양당체제는 거대양당이 서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면 되는 그런 체제였다. 굳이 어렵게 대안을 모색하거나 제시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제3지대정당의 탄생으로 더 이상 양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고, 각 정당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물론 그것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제3지대 정당’이 거대한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사실 지금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래가 그다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물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비추어볼 때 이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간 심판론’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 지지층이 대거 이탈할 것이고, 그 이탈 표가 거대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제3지대 정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향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왜냐하면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이미 치명상을 입은 탓이다. 이를 극복하자면 적어도 몇 년은 걸릴 것이고, 당장 내년 지방선거나 다음 총선에서 한국당의 선전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제3지대정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으로 양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집권당과 제1야당에 실망한 제3지대 지지자들의 표심이 양쪽으로 쪼개져 결국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거대 양당의 탄탄한 조직을 무너뜨리려면 ‘제3지대 정당’이 하나로 통합해야만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민주당에 들어갈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국민의당 일부 호남중진 인사들과 한국당 복귀 명분만 찾고 있는 바른정당 일부 강경보수 인사들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이탈자들이 발생하더라도 거대양당체제에 맞서 싸우는 제3지대정당은 하나로 통합해야 만 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당 40석과 바른정당 20석 가운데 절반이 이탈해 30석으로 대폭 축소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게 바로 ‘사즉생(死卽生)’의 길이다.

제3지대 정당의 통합은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가령 안철수 유승민 오세훈 등이 통합 제3정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경선을 치른다면, 그 승자가 가장 막강한 서울시장 후보가 될 것이고, 그러면 그 정당의 구청장후보들과 서울시의원 및 구의원 후보들을 당선시키는 견인차 노릇을 하게 될 것이고, 결국 차기 대선의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 그 정당은 단숨에 국민의당에 덧씌워진 ‘호남 자민련론’, 혹은 바른정당의 굴레가 되어버린 ‘TK 배신자론’에서 벗어나 전국정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기도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바른정당 남경필 현 지사가 경선을 치른다면 그 승자는 민주당과 한국당 후보를 압도하는 막강 후보가 될 것 아니겠는가.

이런 이야기에 대해 바른정당 핵심 당직자도 상당한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제3지대 정당이 통합되면 자신은 다음 총선 출마대신 서울 모 지역 구청장 출마로 방향을 선회하고 싶다는 뜻을 은연 중 밝히기도 했다.

필자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지만, 지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포진해 있는 사악한 정치꾼들이 그런 대의를 기꺼이 수용하려 들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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