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추미애와 ‘더 못난’ 국민의당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7-10 14: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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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은 '지도부의 한 사람'인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로 수세에 내몰렸다. 당초 국민의당은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은 '당원 이유미씨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실제 이준서 구속영장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게 되면 대선 당시 공명선거추진 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과 김성호 전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 김인원 전 부단장까지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결국 검찰의 칼끝이 지도부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즈음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연일 가시 돋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추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국민의당은 이유미(당원)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은 박지원 전 대표 발언으로 증명할 수 있다"며 "박지원 전 대표에게 양심에 따른 행동을 촉구한다. 결코 이유미씨 단독 범행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신 분이 해명하라"고 압박했다.

박지원 전 대표가 지난 4월 1일 '문재인 후보 아들 특채의혹을 보고받았는데 당내 별도 팀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앞서 추 대표는 지난 6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도 “그 당의 상임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몰랐다'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 같은 추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당 지도부를 격노하게 만들었고, 곧바로 반격이 이어졌다.

실제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발언을 '국민의당 죽이기'라고 규정하며 '국회 보이콧' 강행 등 강력 반발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날에는 국민의당 당사에 붙어있는 ‘협치’ 현수막을 철거하면서 "정부·여당과의 협치는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추미애 대표의 사퇴 없이는 모든 국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게 당론"이라며 사실상 민주당에 선전포고했다.

하지만 추미애 대표의 발언은 물론이고, 국민의당의 강경대응 역시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집권 여당 대표의 책임감은 야당 대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중하다. 그런데 민주당 추 대표의 발언은 너무나 가볍다.

가뜩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불만이 많은 야권이다. 그런 야권을 달래고 설득해 나가야 하는 게 집권여당 대표의 역할이다. 그런데 ‘머리 자르기’라느니 ‘미필적 고의’라느니 하는 말로 국민의당의 심기를 거스르는 발언만 잔뜩 늘어놓고 있으니, 추경심사와 정부조직법 개정에 협조하고픈 마음일 생길 까닭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추 대표는 국민의당의 협조가 절실한 데도 왜 협치에 반하는 이런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도전을 위한 포석일 것이다. 하지만 자기 정치를 위해 국정운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협치’의 문을 닫아버린 추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아 보인다. 못난 여당 대표라는 비판의 소리가 당내 안팎에서 불거져 나오기도 한다.

그러면 추 대표의 발언에서 나온 '미필적 고의'를 검찰이 이준서 전 최고위원 구속영장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한 것을 두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민의당 태도는 어떤가?

사실상 도진개진이다. 어떤 면에서는 추미애 대표보다도 더 못나 보인다. 특히 여당과 청와대, 정부가 국민의당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유미 조작사건'을 활용하려고 한다는 얘기는 너무나도 황당하다.

솔직히 국민의당 국회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 놓고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서로 눈치를 보면서 민주당 입당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실정 아니겠는가. 반면 민주당은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런데 민주당이 국민의당 흡수를 위해 '이유미 조작사건'을 활용하려한다고 주장하니 국민의 비웃음을 사게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못난 추미애 대표’보다 ‘더 못난 국민의당’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져 나오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상황임에도 당이 하나로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안철수 책임론’을 제기하는 호남 지지자들과 ‘박지원 책임론’을 제기하는 안철수 지지자들 간에 갈등이 노골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담하거니와 만일 이런 상태에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당은 궤멸되고 말 것이다. 지금 국민의당에 필요한 것은 피 튀기는 경선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당을 제대로 이끌만한 경륜의 정치인을 대표로 추대하는 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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