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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부적격 판단에도 송영무·조대엽 후보자를 임명한다는 기본입장을 바꾸지 않을 거라는 소리가 들리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에 대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자 뒤늦게야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두 정치 지도자의 이런 모습이 국민의 눈에 곱게 비칠 리 만무하다.
사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은 ‘보통시민’들의 도덕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미달’의 후보자들이다.
송영무 후보자의 경우, 해군참모총장 퇴직 후에 법무법인 고문으로 취직해 월3000만원씩 2년간 10억원에 이르는 초고액의 자문료를 수수했는가 하면, 또 한 방산업체와 자문계약을 하며 월800만원을 받고도 사내 전산망에 정식 직제 등록조차 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심지어 해군참모총장 시절 납품 비리 수사 중단 지시 의혹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이 정한 5대 비리 중 위장전입을 한 번도 아닌 네 번이나 한 것으로 드러났고, 제1연평해전 공정심사위원장으로 본인이 셀프 무공훈장을 줬다는 의혹도 있다. 게다가 총장 재직 시에도 자기 딸을 국방연구원에 취직시켰다는 의혹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조대엽 후보자도 자격미달이다.
청와대에서 밝힌 음주운전 경력은 약과였다. 불법겸직, 논문표절과 다운계약서 등 헤아릴 수 없는 불법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여론방송에 2억5000만원 출자한 문제는 아직도 해명되지 않았고,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10통을 일반인에게 이유와 목적을 확인하지 않고 전달했다는 해명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지난달에 있었던 조 후보의 청문회는 ‘역대 최대의 의혹이 제기된 최악의 청문회’라는 평가가 나왔겠는가.
사실 이쯤 되면 문 대통령 스스로 이들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는 게 온당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단지 임명 시기를 연장할 뿐, ‘임명한다’는 기본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니 걱정이다.
만일 문 대통령이 이들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대통령 스스로 강조해 왔던 ‘협치’는 파국을 맞게 될 것이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송.조 두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당의 입장을 재확인했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협치 복원은 두 사람에 대해 지명을 철회하는 것 뿐”이라며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이들을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 되기는커녕 공무원이 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절대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참여정부 당시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마저 이들 후보자들을 "C학점"이라고 평가하면서 문 대통령이 두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조대엽 후보자는 문재인 민정수석 시절이었으면 잘렸을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야당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하면)상당히 오만하게 비쳐질 것이고 문 대통령에게도 협치 불발의 책임이 돌아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니 문 대통령은 ‘협치’를 위해서라도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부적격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즉각 철회해 주기 바란다. 다른 깨끗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새롭게 장관 후보자로 지명해 달라는 것이다. 아무리 준비 안 된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그런 장관 후보자들 몇 명 정도는 주변에 있지 않겠는가.
비판 받을 정치인은 또 있다.
바로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장장 15일 동안이나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된 12일에야 비로서 입을 연 안철수 전 대표다.
무려 보름동안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버티다가 뒤늦게 입을 열기에 뭐 대단한 중대발표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고작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와 함께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는 수준의 유감표명에 그쳤다. 그런 정도의 내용이라면 과연 이렇게까지 ‘질질’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필자는 사건발생 즉시 안 전 대표에게 이런 수준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래서 무책임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나저나 지지할 정치인을 잃어버린 국민의 마음은 지금 얼마나 아플까?
정녕 국민이 믿고 의탁할 정치지도자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거대 양당체제로의 복귀는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서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같은 ‘제3지대 정당’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던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현실이 참으로 애잔하고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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