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공화국’ 개헌을 기대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7-16 11: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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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대통령이 외교통일 등 외치를 맡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내치를 맡는 분권형 개헌과 유럽식 다당제를 안착시킬 수 있는 선거구제 개편이 정치권의 시급한 과제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대표적 친노 인사인 유인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유 전 의원은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임 캠프의 자문위원으로서 문재인 후보에게 '국회 개헌특위'를 수용하도록 설득해 선거가 ‘개헌’대 ‘호헌’ 구도로 짜이는 것을 차단한 ‘일등공신’이었다.

만일 당시 문 대통령이 개헌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선거는 ‘개헌파’대 ‘호헌파’ 구도로 진행됐을 것이고, 그러면 호헌파 입장인 문 대통령은 승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6공화국 체제에선 ‘제2의 최순실’이 탄생하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실제로 6공화국체제가 출범한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없었다.

노태우정부에선 ‘6공 황태자’라는 박철언씨가 문제가 됐고, 김영삼정부에선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문제였다. 김대중정부에선 이른바 ‘홍삼트리오’라는 대통령의 아들 홍일·홍업·홍걸 삼형제가 모두 비리에 휘말렸다. 노무현정부에선 ‘봉하대군’으로 통하는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가 문제였고, 이명박정부에선 ‘영일대군’이라 불리던 대통령의 친형이 이상득 씨가 문제였다.

즉 박근혜정부의 ‘최순실게이트’와 유사한 사례들이 6공화국체제의 역대 모든 정부에서 발생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제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바꿔야만 한다. 이런 사실을 일깨운 정치인이 바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다.

실제 그는 지난 해 10월 20일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을 박근혜로 끝내야 한다”며 “국민주권시대인 ‘제7공화국’시대를 열기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그 때만해도 다른 정치인들은 개헌문제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었다. 문 대통령은 물론이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른바 촛불혁명이 전국을 뒤엎고, 더 이상 제왕적대통령제로는 안 된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면서 개헌론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고 결국 문 대통령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공약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국민여론은 어떤가. 여전히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고 개헌이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16일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지난 12~13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개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개헌 찬성률이 75.4%, 개헌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 된다는 응답률이 72.8%에 달했다.

특히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거나 견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79.8%에 달했고,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자치단체로분산해야 한다는 응답률도 79.6%를 기록했다.

가장 선호하는 정부형태는 이원집정부제인 혼합형 정부형태(46.0% ;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정부형태)이고, 대통령제(38.2%), 의원내각제(13.0% ; 국회 다수당 출신 총리가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형태)가 뒤를 이었다.

손학규 전 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낡은 6공화국 체제를 끝내고 ‘제7공화국’으로 개헌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황제와 같은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국민주권이 강화되고, 지방분권이 강화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국민의 뜻이다.

사실 제왕적대통령이 군림하는 6공화국에서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부적격’의견을 무시하고,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와 송영무 국방장관을 임명한 것은 6공화국 체제에서의 대통령 권한이 조선시대 왕보다도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황제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다보면, ‘문재인의 최순실’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처럼 가슴 아픈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개헌을 위한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선다는 점이다. 실제 개헌특위는 개헌 주요 쟁점사항을 국민들에게 알린 뒤 의견을 청취하는 등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에 중점을 둬 개헌 논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부디 이런 계획이 형식논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성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하여 손학규 전 대표의 꿈이었던 ‘제7공화국’ 건설이 국민의 꿈으로 온전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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