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7공화국’ 개헌이라야 하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7-17 12: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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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협치는 말뿐이고 불통과 독선뿐이다. 대통령의 얼굴은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바뀌었는데 국정 수행방식은 전혀 바뀐 바 없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나는 결정한다, 야당은 따르라, 따르지 않으면 국정 발목잡기다’라고 하는 태도가 전혀 변화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교훈을 찾을 수 있겠냐”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시중에서는 지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협치는커녕 법치도 위태롭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추진되는 법 위의 대통령, 1인 통치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폐허 위에 세워진 문재인 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교훈삼아 대단히 잘해 나갈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말마따나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 대통령의 얼굴만 바뀌었을 뿐, ‘불통’이라는 국정수행방식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실제 문 대통령은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장관후보자들에 대해 “인사청문은 참고용일 뿐”이라며 밀어붙이기 식으로 임명을 강행하는 등 완고한 ‘불통 대통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높은 지지율만 믿고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장관후보자들의 임명을 수차례나 강행한 바 있다.

일방적인 정책결정방식도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쌍둥이처럼 닮은꼴이다.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고 충분한 공론화로 국민적 동의와 합의를 이끌어 낸 후에 실시하는 게 맞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27일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3개월 내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건설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률 28%인 8조 원짜리 공사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중단된 셈이다. 박근혜정부가 국정교과서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그런 모습들이 마치 ‘문재인 가면 쓴 박근혜’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할 정도다.

대통령이 바뀌었는데도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왕적대통령’이라는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6공화국 체제에서는 좌-우를 떠나 역대 어느 대통령도 임기 말이면 터져 나오는 비리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없었다. 이제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러자면 낡은 6공화국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마침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69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통해 “개헌은 검토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이며 정치권의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개헌특위 활동이 종료되는 연말까지 국회가 여야 합의로 헌법개정안을 도출할 수 있길 기대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 3월 중 헌법개정안 발의, 5월 국회 의결을 거쳐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래서 기대가 크다. 문제는 개헌의 방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제왕적대통령제‘는 더 이상 유지되어선 안 된다는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마당이다.

따라서 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 국민이 뽑는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를 전담하고, 의회가 선출하는 총리는 내치를 관장하는 이원집정부제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형태의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국회에서도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도입에 공감대를 이룬 바 있다.

즉 낡은 6공화국체제를 적당히 손질하는 땜질처방식의 개헌 아니라 권력구조를 완전하게 바꾸는 ‘제7공화국 수립’을 위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동시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아무리 권력이 탐나더라도 그 약속을 어기진 못할 것이다. 모쪼록 내년에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낡은 6공화국 국민이 아니라 새로운 7공화국 국민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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