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필승 ‘구원투수’는 누구?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7-17 16: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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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으로 존폐의 기로에선 국민의당이 새로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8월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출마의사를 밝혔거나 출마여부를 저울질한다는 사람들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힌 정동영 의원은 지난 2015년 4.29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했다가 3위로 낙선했는데, 당시 국민모임은 ‘비중도 진보정당’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중도’를 지향하는 국민의당 정체성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전북 출신의 정 의원은 ‘호남 당’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내고 전국정당으로 도약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위험성이 있다.

출마를 염두에 두고 조직 정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김한길 전 의원은 더더욱 아니다.

그는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지만, 작년 4.13총선 직전 전세가 불리해지자 느닷없이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제기해 ‘독자출마론’을 고수한 안철수 전 대표와 갈등을 빚었었고, 수도권에서 한 석이 아쉬운 상황임에도 끝내 불출마를 선언해 국민의당을 막다른 길까지 내몰리게 했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자기반성 없이 안철수 전 대표가 궁지에 몰린 틈을 노려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너무나 몰염치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누가 당 대표가 돼야 하는가.

침체기에 빠진 당의 전열을 정비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야 한다.
현재 국민의당은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담한 수준이다. 전국 평균치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새로운 당 대표는 호남 민심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전국 정당화를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호남 지역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면서 수도권 주민들도 인정하는 무게감 있는 인사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국민의당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필승 대표’라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당은 살아남기 어렵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개헌특위는 이런 일정에 맞춰 개헌안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따라서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는 ‘개헌’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개헌 이슈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사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

과연 이런 조건들을 충족할만한 인사가 국민의당에는 없는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그런 정치지도가 국민의당에도 있다.
전남 강진에서 2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호남민심을 얻고 동시에 경기도지사 시절 7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수도권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특히 그의 정계복귀 일성이 ‘개헌’이었다는 점에서 최고의 적임자다.

실제 그는 지난해 10월 20일 “낡은 6공화국 체제에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의미 없다”며 “7공화국 건설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즉 문제가 많은 제왕적대통령체제를 분권형으로 개헌해 새로운 공화국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대선 당시 그의 이런 노력이 결국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원동력이 되었고, 각 정당의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지 않을 수 없게 됐던 것이다.

따라서 그가 당 대표가 되면, 지방선거에서 개헌이슈를 선점해 나갈 것이란 점은 불 보듯 빤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그가 8.27 전당대회 출마설에 대해 완강하게 손사래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하기야 거대한 제1야당의 당 대표를 두 번씩이나 했던 그가 고작 40석에 불과한 미니정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전대에 나선다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과거 민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당의 요청에 따라 기꺼이 ‘구원투수’가 되었던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당의 요청, 혹은 당원들의 끈질긴 구애가 있다면 그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최근 그를 찾는 원외당협위원장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런 구애의 표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손학규 전 대표의 출마여부가 국민의당 존폐를 가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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