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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4당 대표를 만나 주요 현안과 정상외교 성과를 설명하는 오찬 회동에 불참하고, 그 시각 청주의 수해복구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그의 활동 모습이 두 장의 사진과 함께 언론에 공개됐다.
한 장의 사진엔 홍 대표가 ‘삽질’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사진은 홍 대표의 페이스북에도 올라가 있다. 그는 “삽질한다는 말이 엉뚱한 뜻으로 변질된 지 오래이지만 오늘 청주 수해현장에서 삽질하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해보는 삽질이라 서투르기 그지없었지만 같이 간 당직자들이 일을 열심히 해주어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청와대 들러리 회담에 참가하기 보다는 수해현장을 찾는 것이 바른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는 글과 함께 이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장화 신는 법’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또 한 장의 사진은 홍 대표가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전적으로 다른 사람들손에 의지해 장화 신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그런 모습이 국민의 눈에 곱게 비쳐질 리 만무하다.
대체 홍 대표는 그날 어떤 자원봉사를 한 것일까?
그는 당시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를 입은 충북 청주의 한 농장을 방문했다. 한국당이 공개한 일정에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자원봉사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오전 회의 때문에 45분 늦게 현장에 도착한 홍 대표는 깨진 장독에서 삽으로 된장을 덜어내는 복구 작업을 돕다가 오후 1시 10분부터 40분간 점심을 먹었고, 이후 오후 1시 55분부터 20여분 동안 작업을 한 뒤 현장을 떠났다. 결과적으로 홍 대표가 봉사활동을 한 시간은 밥을 먹은 40분을 제하면 1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봉사활동을 하는 자세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실제 ‘장화신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사진 속 홍 대표는 선 채로 한쪽 다리를 올리고 있었고, 현장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은 허리를 숙여 홍 대표에게 장화를 신겨주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게다가 옆 사람들은 홍 대표가 중심을 잃지 않도록 부축해 주고 있었다. 홍 대표가 장화를 신는데 무려 3사람이 동원된 셈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수해 복구 현장에 도움을 주러 간 홍 대표가 오히려 봉사를 받았다며 비판의 댓글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실제 한 누리꾼은 “장화 신는 법도 모르는 사람이 봉상활동을 가서 기특하다”고 꼬집었고, 또 다른 누리꾼은 “‘흙수저’라며 장화 신는 법도 모르냐”고 비아냥거렸다.
홍 대표의 이런 모습은 과거 손학규 전 대표가 ‘민생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 속으로 파고 들었던 모습과 비교하면 너무나 차이가 많다.
당시 손 전 대표는 석탄을 캐는 광부들과 함께 하루 종일 탄광에서 광부들과 똑같은 일을 했는가하면, 농부들과 함께 온종일 모내기를 같이 하기도 했다. 수해복구 봉사활동 현장에선 직접 쓰레기더미를 짊어지고 치우는 모습으로 지역주민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었다. 봉사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자리에 제1야당 대표가 빠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부터 '협치'를 강조해온 야당 대표가 협치는커녕 오히려 불통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정상 외교를 마친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만나 그 결과를 설명하는 것은 한국 정치의 관례가 아니었는가.
그런 점에서 홍 대표의 ‘삽질’은 수해복구를 위한 삽질이 아니라, “쓸모없는 일을 하다”는 뜻의 ‘삽질’이 되고 말았다. 오죽하면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홍 대표를 향해 “삽질하는 것보다는 만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꼬집었겠는가.
모쪼록 홍준표 대표가 이번 일을 거울삼아 ‘삽질 대표’가 아니라, 제1야당의 대표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역할을 스스로 찾아내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의 당연한 비판과 대안 요구에 대해 ‘정치공세나’라거나 ‘국정 발목잡기’라면서 무조건 일축하기보다는 듣는 귀를 열어두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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