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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국정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탈(脫)원전’과 ‘부자증세’ 문제를 속도전으로 끌어가고 있다.
나라의 백년을 좌우할 중요한 사안임에도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지지율이 높은 집권 초기에 증세 같은 민감한 현안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정치 전략일 게다. 한마디로 높은 지지율만 믿고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면 국민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은 것은 이 때문이다.
심지어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탈원전, 비정규직, 최저임금 등 사흘이 멀다하고 정책을 쏟아내지만 절차도 소통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식 '쇼통'(쇼+소통)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정부는 70% 초반대의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공사를 일시 중단시키는가하면,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일본 아베정권의 초기 모습을 닮았다는 느낌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취임 초 지지율은 문재인정부의 지지율과 엇비슷한 70% 초반대로 매우 높았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지지율을 믿고 오만해진 아베 정권은 당시 야당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평화헌법 개정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각종 정책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는 매우 참혹했다.
실제 마이니치신문은 전날 아베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보다 10%포인트 떨어진 26%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 조사에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것은 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두 번째로 정권을 잡은 후 처음이다. 앞서 7∼10일 진행된 지지통신의 여론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29.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집권 자민당 내부에선 지지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 총리직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 아베정권은 왜 이처럼 지지율이 폭락한 것일까?
물론 아베 총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과 측근의 잇단 막말 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지지율만 믿고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을 하면서 국민 불신을 자초한 것이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요미우리신문의 조사 결과 아베 정권의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아베정권의 교만’을 꼽은 응답자가 무려 68%에 달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자민당은 이달 초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도쿄도의 지역정당에 참패했고, 전날 센다이 시장 선거에서는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이 밀었던 후보가 민진당 등 야당이 지원한 무소속 후보에게 패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사실 50%를 웃돌던 아베정권의 지지율이 끝없이 내려가면서 20%대 중반까지 추락하는 데에는 석 달도 채 안 걸렸다. 불과 3개월 만에 반 토막 난 것이다. 실제 마이니치 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4월 51%에서 5월 46%, 6월 36% 등으로 계속 떨어지더니 급기야 7월에는 20%대까지 폭락하고 말았다.
문재인정부는 일본 아베 내각의 이 같은 추락에서 분명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지율만 믿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일방적 정책 추진은 그 명분이 아무리 그럴 듯해도 필연적으로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장담하거니와 문재인정부가 지금의 높은 지지율만 믿고, ‘탈(脫)원전’이나 ‘부자증세’, 그리고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내각에 대한 임명 강행과 같은 사례를 되풀이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오히려 지지율이 높을수록 더욱 겸손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가 다음 달 초 여론 수습을 위한 개각을 단행한다고 하나 이미 떠난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재인정부에게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말란 법 없다.
민심이 등을 돌린 후에는 ‘백약이 무효’다. 지지율이 높은 지금이야말로 민심을 다독이고 민심을 헤아리는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부디 문재인정부는 아베정권과 닮은꼴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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