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계은퇴론 vs. 전대출마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7-25 13: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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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대통령선거 패배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불거진 이유미 제보 조작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안철수 전대표가 결국 정계은퇴냐, 아니면 전대출마냐 하는 갈림길에 선 모양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비공개회의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 은퇴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했고, 이에 맞서 국민의당 당원 모임인 미래혁신연대 등 외곽 조직은 안 전 대표의 전대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국민의당은 24일 비상대책위원회·혁신위원회·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의 첫 번째 연석회의를 가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안 전 대표의 정계 은퇴 불가피론이 집중 거론됐다고 한다.

현직 의원인 한 비대위원은 안 전 대표의 정계 은퇴 없이는 당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당이 숨만 쉴 뿐 다 죽어가고 있는데 더 머뭇대서는 안 된다고 즉각 정계은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전준위 관계자도 정치인이라면 대선 패배와 이유미 제보 조작 사건에서 후보 본인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며 스스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이 같은 발언에 상당수 지도부가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주선 비대위원장도 몇몇 분들이 어려운 소신 발언을 해줬다고 긍정 평가했다고 한다.

특히 일부 참석자들은 혁신위가 현재 당의 위기를 초래한 안 전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 등 당사자들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전준위 관계자는 전대가 열리는 8월 27일 이전에 혁신위가 안·박 전 대표에 대한 처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스스로 정계은퇴를 선언하지 않을 경우, 당에서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묻고 박지원 전 대표와 함께 안 전 대표도 출당 조치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당내의 한 축을 이루는 친안(친안철수)계 인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부 친안계 지역위원장들은 안 전 대표에게 이번 주까지 전대 출마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전달했다고 한다.

친안계로 분류되는 한 원외 위원장은 안전 대표에게 현재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제3당 노선보다 민주당계 구체제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는커녕 국민의당 노선도 결국 희미해지는 만큼 안 전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가 8.27 전당대회에 당권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혁신연대 등 안철수 지지 당원 모임도 안 전 대표의 전대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미 물밑에선 안 전 대표의 외곽 지원 조직인 정책네트워크 내일과 싱크탱크인 전문가광장의 통합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자신의 거취를 두고 당 안팎에서 정계 은퇴와 전당대회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면충돌하고 있는 데도 안 전 대표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안 전 대표는 물밑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향후 거취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유미 제보 조작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정치지도자는 조속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는 결단을 미뤄서는 안 된다. 안 전 대표는 당시 뒤늦은 입장발표로 얼마나 많은 여론의 지탄을 받았는가. 이번 일 역시 마찬가지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거취문제를 놓고 당내 갈등이 더욱 확산되기 이전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안 전 대표의 정계은퇴와 전대출마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국민의당이 제3지대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데에는 안철수 전 대표의 역할이 상당했다. 특히 호남 자민련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전국정당화로 나아가기위해서라도 안 전 대표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당 지도부의 정계은퇴 요구는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그가 당 대표가 되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떤가.

역시 올바른 선택은 아니다. 그것은 사실상 제2의 홍준표가 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명분도 없고 설득력을 얻을 수도 없다. 실제 박지원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것은 대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당 대표 못지않은 책임을 져야할 대선후보였던 안 전 대표가 꿰차고 앉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따라서 국민의당이 제3지대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자신이 직접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호남의 구민주당 세력이 아닌 다른 사람을 지원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지난 총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통합 혹은 연대를 주장했던 사람도 당연히 배제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러면 국민의당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5년 후를 기약할 수도 있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모쪼록 안 전 대표가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전국정당화의 디딤돌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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