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양당의 제3지대 정당 ‘죽이기’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8-01 1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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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 패권 양당이 이른바 ‘제3지대’ 정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죽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그것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직접 총대를 메고 나섰다.

실제 추미애 대표는 '바닥', '소멸' 등 국민의당을 격하하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으며,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을 향해 연일 '기생정당', '배신자', ‘첩’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폄하하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3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국민의당에 드리는 시: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라며 "아직 바닥이 싫은 모양이다. 빨리 딛고 일어서길 바라며 시 한수 드린다"고 적었다. 제보조작 사건으로 지지율이 바닥까지 떨어진 국민의당을 간접적으로 비꼬고 있는 것이다.

추 대표는 같은 날 발행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국민의당을 향해 "정당은 민심의 바다에 떠있는 배인데, 민심과 배치되는 정당은 자연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국민의당을 향해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당(公黨)이 야바위나 깡패 집단처럼 불의를 감싸는 집단이 돼서는 안 되지 않느냐”며 “저 당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맹비난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휴가 중인 1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정당을 향한 공세를 퍼부었다.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바른정당을 겨냥, "아무리 본처라고 우겨 본들 첩은 첩일 뿐"이라고 막말에 가까운 폄하의 글을 올렸다.

홍 대표는 "우리 국민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우파 진영 통합을 자연스레 해줄 것으로 굳게 믿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대표는 그간 바른정당을 향해 '기생정당', '배신자', '패션좌파' 등 표현을 써가며 비난해 왔다.

대체 거대 양당 대표는 왜 이처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격하하거나 폄하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일까?

아마도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사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의 세제개편 및 국정 100대과제 입법화 등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국민의당을 적극 끌어 안아야할 입장이다. 그런데도 추 대표의 국민의당을 향한 공세는 매우 거칠다. 그 의도는 분명하다. 호남을 근거지로 하는 국민의당 기세를 꺾어 민주당이 호남에서 ‘싹쓸이’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진보진영의 표 분산을 막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수도권의 강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한마디로 국민의당의 씨를 말려 ‘소멸’시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한국당의 바른정당을 향한 공격 역시 지방선거와 관련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내각 구성과정에서 야당이 부적격판단을 내린 일부 인사에 대해 임명을 강행하는 등 독선적인 국정운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선 오락가락하는 등 안보불안을 야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방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전과 같이 집권당과 제1야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양당체제라면, 그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제1야당인 한국당에게 돌아가겠지만 제3지대 정당의 존재, 특히 바른정당의 존재로 반사이익표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른정당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같은 제3지대 정당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대로 소멸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 패권세력이 지배하는 양당체제로 돌아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양당 체제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아무런 대안제시 없이 서로를 비방하기만 하면 됐다. 굳이 대안을 제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패권양당은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같은 ‘제3지대정당’의 존재로 패권양당은 더 이상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각 정당이 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여야한다.

그런데 걱정이다. 거대 양당 대표의 제3지대 정당 죽이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서로 힘을 합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양당 모두 정치력 부재다.

특히 국민의당은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파’와 ‘안철수파’가 서로 극단적인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제3지대 정당이 거대 양당에 흡수, 결국 소멸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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