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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결국 8·27 전당대회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 같다.
실제 안 전 대표는 당내 ‘투톱’인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를 잇따라 회동하고는 전대 출마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출마의지를 내비쳤다.
김 원내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지금은 좀 국민들에게 잊혀 졌으면 좋겠고 호기심과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 다음에 복귀하면 좋겠다“고 전했지만, 안 전 대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출마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김 원내대표도 당시 분위기에 대해 "안 전 대표가 아무래도 출마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를 했다"라면서 "명시적으로 말은 안했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번 전대는 대선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지원 전 대표를 대신할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당시 당 대표 못지않게 책임을 져야할 대선 후보였던 안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다.
안 전 대표도 당초 이런 이유 때문에 전대 출마를 고려하지 않았었다. 측근들 역시 만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초선 의원 그룹은 출마를 만류하기 위해 면담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도 왜 안철수 전 대표는 전대출마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일까?
일단 외형상으로는 당내 일각의 출마요청을 수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원외 지역위원장 109명은 지난달 29일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를 요청하는 서명서를 전달했으며, 안철수 팬클럽 회원이면서 국민의당 당원들로 구성된 미래혁신연대도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요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출마요청 때문에 출마를 결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그의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그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다른 특별한 배경이 있을 것이다. 대체 그게 뭘까?
필자는 그동안 줄곧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같은 제3지대 정당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과거 패권세력이 지배하는 양당체제로 돌아가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생존을 위해 연대하거나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지난 대선 당시 안 전 대표는 고집스럽게 ‘자강론’을 주장하다가 홍준표 후보에게조차 밀리는 수모를 당했었다. 같은 자강론자인 유승민 의원의 득표율은 더욱 초라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역시 마찬가지다. 제3지대 정당이 통합하지 못하면 거대 양당 패권 정당 후보들에 밀려 패배할 것이고, 결국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각각 흡수 소멸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 전 대표가 뒤늦게 이런 사실을 깨닫고 제3세력의 연대를 위해 자신이 직접 당권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전대출마를 결심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최근 사람들을 만난 때마다 제3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바른정당과의 정책 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의원은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과 달리 ‘연대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정치인이다.
사실 국민의당 창당 정신은 중도개혁이다. 기득권 양당정치에 협력하는 게 아니라 제3의 길을 가는 게 창당정신에 부합하는 길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국민의당은 ‘협치’라는 명분으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에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민주당과 함께 ‘호남’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국민의당은 제3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을 잃게 될 것이다.
그래서 바른정당과 연대, 나아가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당내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전대 출마를 결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런 뜻에서 전대 출마를 결심했다면, 그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미 출마선언 한 정동영 의원과 천정배 의원 및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지원 전 대표 등에게 먼저 자신의 뜻을 전하고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지난 대선 당시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주장했다가 비판을 받았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모쪼록 이번 8.27 전대는 바른정당과 연대 혹은 통합을 위한 전대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거대 패권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끊어내는 제3지대 단일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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