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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 8.27 전당대회에 안철수 전 대표가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명분도 없고 염치도 없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당내에서 그의 출마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당내 몇몇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모임을 갖고 연판장을 돌리면서까지 그의 출마를 반대하는 것은 민주정당에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반민주적 폭거(暴擧)다.
그런 의미에서 ‘염치없는’ 선택을 한 안철수 전 대표보다도 출마의 자유를 강제로 억압하는 그들의 행위가 더욱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끼리끼리’ 모여 그의 출마를 반대하는 식의 집단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필자는 이른바 ‘안철수 등판론’이 제기될 당시부터 그것은 ‘제 2의 홍준표’가 되는 길이라며 반대의사를 피력했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왜냐하면 이번 전대는 대선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지원 전 대표를 대신할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 대표보다 더욱 책임이 큰 당시 대선 후보였던 안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물론 그런 전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에선 홍준표 대표가 대선패배 책임론을 일축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가 되었다. 하지만 ‘새정치’를 주장하던 안철수 전 대표가 ‘홍준표 흉내 내기’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대선 과정에서 그는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후보라는 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었다. 실제로 안철수 후보의 경험과 자질 부족, 현장의 대처 능력 부족 등이 대선패배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은 자숙하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할 선택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끝내 ‘전대 출마’라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선택에 대해선 당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그게 민주정당이다.
그런데 조배숙·장병완·이상돈 의원 등 국민의당 소속 의원 7명이 이날 오전 여의도 한 식당에서 조찬을 함께 하며 안 전 대표 출마 반대의 뜻을 재차 확인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조만간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회동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당내 동교동계 인사들 역시 이날 오찬 모임을 갖고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당초 탈당의사를 밝힌 동교동계 인사들은, 안 전 대표의 출당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렸다.
한마디로 안 전 대표에게 출마하지 말라며 겁박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특정인의 출마의 자유를 강제로 억압하는 이런 행위가 민주정당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안 전 대표의 당선을 저지하는 것이 국민의당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된다면, 지금 전대 출마의사를 밝힌 정동영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후보단일화를 모색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즉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저지할 것이 아니라, ‘정-천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서라는 말이다.
어쨌든 안철수 전 대표는 로마의 카이사르처럼 이제 되돌아 갈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고 말았다. 더 이상 출마를 저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전당대회 이후의 국민의당을 생각해야 한다. 안철수 전 대표가 승리하든, 아니면 정동영 의원이나 천정배 의원이 승리하든 상관없이 국민의당은 ‘제3지대’ 정당으로서 계속 존속해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제3지대 정당인 국민의당은 반드시 필요하다. 결코 과거 패권세력이 지배하는 양당체제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먼저 당내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를 강압적으로 막아서는 집단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그런 의지가 있다면 차라리 정동영-천정배 의원의 후보단일화를 위해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모쪼록 전대 이후 누가 승자가 되든지 패자는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고 더욱 결집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계안 국민의당 정치연수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정치연수원 '폴리세움' 현판식 및 교수위원·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폴리세움의 큰 가치를 보라”고 당부했다. ‘폴리세움’이란 ‘많다’는 뜻의 폴리(poly)와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의 폴리, 그리고 우리말 ‘세움’의 합성어라고 한다.
이계안 원장은 “다당제를 정착시키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탄생한 우리 당이 다당제 정치를 세우기 위한 정치리더를 양성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되기 위해서라도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를 둘러싼 당내 집단행동은 이제 중단하고, 출마자들이 내년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당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지 대안을 제시하는 그런 전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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