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유승민의 진실공방을 보며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8-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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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뒤늦게 진실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속이 너무나 빤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종편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이 안철수-유승민 후보단일화를 위해 탈당까지 결심했는데, 유승민 후보의 완강한 태도 때문에 결국 단일화가 무산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김무성 대표하고 저하고 대통령 선거 때 안철수·유승민을 단일화 하자, 그걸 많이 얘기했다. 그런데 유승민 후보가 햇볕정책, 대북정책을 버리고 사과를 해라, 이걸 요구한다고 해서 그렇다면 내가 탈당해주겠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당선을 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유승민 후보가 단일화하지 않는다, 자기는 대통령 후보로서 TV토론을 잘하니까 이렇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서 5년 후에 자기가 대통령 될 수 있다, 그 얘기를 (김무성에게)했다고 그런다”고 덧붙였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제3지대 후보의 승리를 위해 자신은 탈당까지 생각할 정도로 당시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후보단일화’를 위해 무진 애를 썼는데, 유 의원이 거부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당시 후보단일화 무산의 책임은 유승민 의원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유승민 의원이 발끈했다.
유 의원은 바로 그 다음날인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박지원 김무성 의원으로부터 어떤 말을 들은 적도, (이들에게 내가 어떤 말을) 한 적도 없다”며 “허위사실 유포”라고 강력 반발했다.

김무성 의원 역시 “박 전 대표가 저에게 들었다며 유승민 의원의 발언을 소개했는데, 그런 말을 박 전 대표에게 전한 적이 전혀 없다”며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여기에서 누구 말이 맞느냐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필요는 없다. 어쩌면 그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승리 가능성이 높았던 ‘제3지대 후보단일화 무산’에 대해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선 당시 전문가들은 ‘제3지대 정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후보단일화를 ‘필승비결’로 꼽았었다.

사실, 경선과정에서부터 ‘자강론’을 주장했던 안철수도 대선 막판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른바 ‘박지원 상왕(上王)’ 논리가 보수.중도 층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고, 그로 인해 유승민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안철수 후보의 요청에 의해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후보단일화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박지원 전 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실제 박 전 대표는 당시 손 전 대표의 ‘안-유 단일화’ 주장에 대해 "우리 당에서도 개인적으로 의견을 가진 분도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자강론'으로 갈 것이다. 어떤 분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는 것도 가급적 말이 안 나오게 당부드렸다"고 불쾌감을 드려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은 ‘안-유 단일화’를 위해, 대선승리를 위해 탈당까지 결심했었다고 하니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인가.

유승민 의원도 도긴개긴이다.
그동안은 안철수 전 대표의 반대로 ‘안-유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 전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제3지대 연대’ 와해의 제1 책임자는 안 전 대표가 아니라 유승민 의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강력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유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라며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유 의원이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제3지대 정당 후보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던 손학규 전 대표의 ‘통합.연대 행보’에 제동을 걸어놓고도 자신은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탈당까지 결심했었다는 박 전 대표나 마치 자신은 후보단일화 무산 책임과 무관하다는 듯 발끈하는 유승민 의원이나 뻔뻔하기는 피차일반이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 발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는다.

박 전 대표나 유 의원 모두 솔직하게 필패전략인 ‘자강론’을 고집했던 그간의 잘못을 고백하고, 개선의지를 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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