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이 지금과 같은 다당제 구도를 만들어 준 것은 패권양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양당제 폐해를 저지하라는 준엄한 국민의 명령이다.
양당제 폐해는 승자 독식구조인 제왕적대통령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늘날 드러나는 각종 적폐 역시 제왕적대통령제가 근원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6공화국 체제를 끝장내고,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러자면 분권형 개헌을 이루어야하고, 선거구제도 현행 소선거구에서 중대선거제로 바꿔야 한다. 비레대표제 역시 정당명부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런데 양당제로 회귀하기를 바라는 거대한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이를 반대한다는 게 문제다. 그들은 제왕적대통령제가 유지되어야만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분권형 개헌을 어떻게든 막아내려고 할 것이다. 또한 양당제로 되돌리기 위해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4년 대통령 중임제’로의 개편을 희망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을 5년 단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8년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선거구제 개편을 반대하고 있다. 현행 선거구제도에서 선거를 치러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제3지대 정당이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져 결국 양당제로 돌아 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당장 ‘개헌연대’부터 논의해야 한다.
지역구별 의원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하에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정당을 제외하곤 소수 정당이 지역구 의석을 얻기 힘들다. 그런데 만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과 함께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게 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소수야당의 지방의회 진출이 수월해질 수도 있다.
여론도 선거구제 개편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현행 제도는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표(死票)화 되어 주권자의 주권을 차등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온 탓이다. 시대정신인 다당제가 제도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라도 선거구제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인 적폐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분권형개헌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좌우를 떠나 역대 어느 대통령도 임기 말마다 고름처럼 터져 나오는 비리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 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씨와 월계수회를 두고 말이 많았다. 김영삼 정권 시절에는 차남 김현철씨가 ‘소통령(小統領)’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국정에 개입했다. 김대중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의 세 아들(김홍일, 김홍업, 김홍걸)이 문제를 일으켜 ‘홍삼트리오’라는 소리까지 나왔었다. 민변 출신 노무현 대통령도 박연차 게이트와 형 ‘봉하대군’의 수뢰사건으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 이명박 정권 때에는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 ‘만사형통(萬事兄通)’ 소리를 들었고, 박근혜 정권에 ‘최순실게이트’라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문재인정권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 임기 말 유사한 사건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이미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제왕적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관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마당이다.
실제 분권과 협치가 가능한 권력구조 개편, 경제·사회적 여건 변화에 맞춘 기본권 보장 강화 그리고 실질적인 지방분권 구현 등을 담은 헌법 개정 움직임이 곳곳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개헌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분권형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강력히 추진해나간다면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논의에 앞서 먼저 정책연대를 추진하기로 한만큼, 두 당이 함께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전담하는 공동 논의기구를 만들고 이를 힘 있게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등 패권양당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당당하게 나아간다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시 말하지만 최고의 개혁은 개헌이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는 개헌 없는 개혁은 모두 거짓이고 말장난일 뿐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