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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패권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끊어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쟁체제를 유지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뜻에 따라 지난 4.13 총선에서 비로소 다당제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제3정당’이 안착하기엔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은 것 같다.
실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흔들기’를 견뎌내지 못한 바른정당이 둘로 쪼개진데 이어 국민의당마저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바른정당의 경우를 살펴보자.
김무성 의원 등 통합파 의원 9명이 탈당하면서 반쪽 난 바른정당이 또 다시 쪼개져 ‘반의반토막’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보수통합파가 떠나면서 바른정당은 외형상 자강파만 남게 됐지만, 자강파 내에서도 당의 향후 진로를 둘러싸고 유승민 의원 중심의 '개혁보수파'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주축의 '통합전대파'로 갈라진 탓이다.
실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열린 의총 직후 “유 의원에게 질렸다. 그와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지사를 비롯해 정병국 김세연 의원 등 통합전대파들의 추가 탈당이 불 보듯 빤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가 일각에선 결국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과 이혜훈 의원 등 극히 일부만 당에 남아 현재 6석을 보유한 정의당보다 의석수가 보다 더 적은 ‘초미니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4당체제에서 3당체제로 재편된 셈이다. 하지만 3당체제마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일부 호남 중진과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을 희망하는 안철수계가 불편한 동거 중인 국민의당도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국민의당은) 이미 심정적으로 쪼개졌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7일 오전 CPBC라디오 ‘열린세상오늘김혜영입니다’에 출연, “(안 대표와 반대되는) 생각을 한두 명이 하는 게 아니다. 의원 다수, 그중에서도 지역구 의원 절대다수가 현재 지도체제와 같이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바른정당과 함께하는 ‘중도통합’에 대해선 “처음부터 불가능한 이야기였다”고 일축한 반면 민주당에 대해선 “인식이 같다는 점에서 여당과 같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국민의당을 향한 민주당의 구애가 국민의당 의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 것 같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통합해서 우리보다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면서 "국민의당과 같은 뿌리이기 때문에 함께 합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설 의원은 양당 통합시기를 올해 연말 안으로 못 박기도 했다. 전날에는 우상호 의원이 ‘국민의당과 손잡을 때가 됐다, 물밑 조율도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화답하듯 민주당과의 합당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동교동계는 오는 9일 통합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오찬 모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흐름이 당내에 영향을 미쳐 민주당과 합당을 거부하는 안철수 대표의 퇴출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 박주현 의원은 메신저에 올린 글을 통해 안 대표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가 하면, 일부 당원은 '안철수 퇴출 서명운동을 제안하며'란 제목의 성명을 돌리고 안 대표 출당 서명운동을 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이에 맞서 안 대표는 “끝까지 같이 못 할 분이 있더라도 중도의 길을 가겠다”며 강경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런 내홍과 관련, ‘당내 일부 호남계와 중도보수 성향 의원들의 헤게모니 싸움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이미 전당대회 때 결론이 난 것"이라고 일축했다. 자신이 대표로 선출되면서 이미 당 노선은 중도보수 지향으로 결정지어 졌다는 것이다.
특히 안 대표는 당 내홍 확산 가능성에 대해 "그래 봤자"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위해 다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던 필자는 민주당과 합당을 희망하는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바른정당을 떠나 한국당에 복당한 철새 정치인들이 ‘모리배’라는 비난을 받듯, 집권당 품에 안기기를 희망하는 국민의당 의원이 있다면, 그들 역시 그런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선 민주당과의 합당론을 일축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안 대표의 생각이 옳다는 판단이다.
다만 유승민 의원 한 사람의 고집이 바른정당을 미니정당으로 몰락시켰듯, 안 대표의 포용력 부재가 국민의당을 그런 지경으로 내모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치는 ‘화해의 기술’이라고 하지 않는가. 정치지도자에겐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내치지 않고 끌어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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