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차라리 갈라서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1-08 15:40:1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 집안싸움이 갈수록 가관이다.

바른정당이 둘로 쪼개진 것처럼 이러다 국민의당도 곧 쪼개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상돈 의원은 “국민의당은 심정적으로 이미 쪼개졌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내분의 시발점은 바른정당과의 합당 문제다.

안철수 대표 측은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과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이 ‘보수대통합 추진위원회’라는 걸 만들고 보수통합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시점에 '여론조사 카드'를 들이대면서 ‘중도통합론’에 불을 붙였다.

이에 찬물을 끼얹은 건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었다. 유 의원은 통합의 조건이라며, ‘햇볕정책’과 ‘호남중심’을 문제 삼았다.

그것이 호남 일부 의원들을 격노케 만들었고, 그 화살이 지금 안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안 대표와 호남 중진 의원들의 불편한 동거는 국민의당 창당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양측의 갈등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 대표 경선 당시에도 그런 갈등이 나타났었다.

안 대표의 경선출마를 반대했던 호남 의원들 사이에선 “외계인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조배숙 의원), “안철수는 꺼진 불이다”(장병완 의원)라는 등의 험한 말까지 나왔다.

그러자 안 대표 측근들은 “이 기회에 불편한 동거를 끝내자”며 발끈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그런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실제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주도해 온 안철수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안 대표가 내부 비판을 정면 돌파하면서 '마이웨이'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전북 출신의 유성엽 의원은 '바이버'에 글을 올려 "대선에 패배한 사람은 죄인, 지금이라도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안 대표에 사퇴하라는 뉘앙스의 글을 올렸다.

심지어 정동영 의원은 "이런 리더십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느냐"며 "(안 대표가) 대표직을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안 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배숙·주승용·유성엽·장병완·황주홍 등 호남 중진의원들은 어제 오전 여의도 조찬회동을 갖고 안 대표의 최근 발언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판하기도 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론 논의와 관련해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력히 반발했던 동교동계 원로들도 내일 낮 정대철 상임고문의 주도로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안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당 지지율을 올릴 수 있고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방법을 당 대표로서 책임을 갖고 열심히 찾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심지어 그는 당내 반발에 대해 “모든 투덜거림에 답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긋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쯤 되면 양측의 갈등은 이제 봉합하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한 지붕에서 티격태격할게 아니라 차라기 갈라서는 게 낫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다당제의 안착에 훨씬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탈당해 ‘호남당’을 표방한 독자세력으로 존재하거나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통해 호남지역에서 일정한 지분을 확보한다면 또 다른 ‘제3정당’이 만들어 지는 것이기 때문에 나쁠 게 없다.

국민의당 잔류를 선택한 호남 이외 지역구 의원들은 바른정당과 중도통합을 통해 패권양당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다당제 안착에 도움이 될 거 아니겠는가.

그렇게 해서 ‘호남당’과 ‘중도당’이라는 제3의 정당, 제4의 정당이 만들어 지고 두 정당이 서로 민심을 얻기 위해 경쟁체제를 유지한다면, 정치발전을 위해서라도 한번 쯤 고려해볼만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의미에선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한 지붕 살림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바른정당이 무너진 지금, 오히려 다당제 안착과 제3지대 정당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국민의당 분당을 전략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