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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민의당은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이미 심정적으로는 분당상태에 이르렀다.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안철수 대표 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반안(反安, 반 안철수) 진영 간 갈등의 골이 너무 깊게 패인 탓이다.
27일에는 중앙당기윤리심판원(원장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이 안철수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이상돈 의원과 통합론으로 당내 갈등을 일으킨 안 대표에 대한 징계요청건을 논의하는 기막힌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안철수계 당원 300여명은 이 의원 징계요청서를, 비안철수계 당원들로 알려진 '국민의당 개혁과 공당 사수를 위한 당원연대'는 안 대표의 제명·징계요청서를 각각 심판원에 제출한 바 있다. 따라서 윤리심판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당원들이 추가 집단행동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이날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유식’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주 박지원 전 대표가 안철수 대표를 겨냥해 ‘구상유취(口尙乳臭)’라며 “우리 당에 이유식을 하나 사 가려 한다”고 비아냥거리자 박주원 최고위원이 이에 반발해 직접 이유식을 사 들고 온 것이다.
박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를 ‘대선배’ ‘어르신’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당 대표(안철수)를 공개적으로 비하하는 것은 옳지 못한 처사이고, 정치 선배의 모습도 아니다”라고 질책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당 지도부는 이날 바른정당과 통합을 위한 정책연대협의체를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반면 통합반대파는 이번주 내 평화개혁연대를 출범, 바른정당과의 통합 중단을 위한 집단행동에 들어간다.
협의체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양당의 정책 공조를 표방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통합을 위한 전위기구로 전환될 수도 있다.
이에 맞서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해,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통합 반대파의 평화개혁연대 구성 움직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호남계 의원 대부분이 합류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흡사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아슬아슬하다.
그럼에도 양 측의 이 같은 갈등을 중재하려는 당내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역의원들은 물론, 원외지역위원장들과 당원들에 이르기까지 정당 구성원 개개인들이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 가르기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서로가 티격태격 비생산적인 감정싸움을 벌일 게 아니라 차라리 ‘발전적 해체’를 하는 건 어떨까?
즉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중도통합파는 바른정당 의원들과 손을 잡고서 ‘중도 개혁 신당’을 만들고,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호남3인방’을 중심으로 하는 반안 진영의 호남 의원들은 별도의 ‘호남 중심 신당’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양측 합의에 의해 중도신당과 호남신당이 각각 별도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편성한다면 다당제 안착이라는 측면에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이를 테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의원 수가 모두 51명인데, 호남지역 의원들 탈당규모가 원내교섭단체 요건인 20명에 이르지 못할 경우, 그에 동조하는 비례대표 일부 의원을 내보내 원내교섭단체가 되도록 지원해 주자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독립적으로 치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그러면 호남에선 더불어민주당과 호남신당이, 수도권에선 민주당과 중도신당이, 영남권에선 자유한국당과 중도신당이 경쟁을 벌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그림이 패권 양당체제를 끝장내고 다당제 안착에 도움이 된다면, ‘발전적 해체’를 고려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독선, 무능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홍종학 장관 임명에서 드러났듯이 야당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행하는 인사독선, 그리고 11조원이 넘는 추경예산을 쏟아 부어도 고도의 청년실업률을 막지 못하는 경제무능 등등 문제가 너무나 많은 정권이다. 안보불안도 심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6개월 넘게 계속되는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제대로 된 야당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식물정당이 되어 버렸고, 국민의당은 당내 갈등으로 정부의 독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바른정당은 잇단 집단탈당으로 사실상 빈사상태다. 그렇다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제대로 된 ‘중도개혁신당’과 ‘호남중심신당’을 만들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특히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 입당을 학수고대하는 기회주의자들은 차라리 이번 기회에 골라내어, 과감하게 버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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