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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상황이 녹록치 않음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중도통합’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계개편을 통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내년 지방선거 필승카드로 제시했고, 유승민 대표 역시 취임일성으로 '1개월 내 중도보수 통합로드맵' 구축을 공언했다.
유 대표의 ‘중도보수통합’ 로드맵에는 자유한국당까지 통합대상에 포함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전당대회 직전 추가 탈당설이 나오던 일부 의원들의 마음을 붙들어 매기 위한 고육지책일 뿐, 실제 한국당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은 아니다.
실제로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한국당과의 통합이 우선”이라고 했지만, 유 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일축했다.
안철수 대표 역시 통합대상에 한국당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과 손잡는 일은 절대 없다”며 “그럴 거면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극단을 배제한 중도통합론은 역사의 흐름에 부합하는 것이자 패권정당에 맞서는 국민의당 창당정신과도 통하는 것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해 정동영 의원, 천정배 전 공동대표 등 ‘호남 3인방’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 중진들의 반발이 거세다.
당초 이들은 중도통합을 ‘YS 식 3당 합당’의 전주곡이라며 반대했었다.
호남계 대표 주자인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는 부인하지만 상대는 단계적 3당 통합론을 주창한다"며 “다수의 의원이 (3당통합을)반대한다”고 지적했다.
호남 3선 유성엽 의원도 "신YS 3당 합당의 길은 결단코 함께 갈 수 없다"면서 "안 대표가 기어이 하겠다면 보따리 싸서 나가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안 대표와 유 대표는 ‘한국당은 배제’라고 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호남 중진 의원들이 반대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YS 식 3당 합당’은 실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반대를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거짓프레임’을 만들고, ‘중도통합’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중도통합을 하지 않고도 국민의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특단의 비책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비책이 있었다면 진즉 당원들에게 제시했을 것이고, 안 대표가 굳이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중도통합 드라이브를 걸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러면 대체, 왜 호남3인방은 아무런 필승전략도 없으면서 중도통합을 훼방 놓는 것일까?
솔직히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다만 호남에서 현 지도부를 교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하면, 특히 호남 3인방이 주축이 된 '평화개혁연대'가 반대파 20명 이상을 규합, 별도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는 분당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비춰볼 때, 아무래도 ‘당권 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호남 중진 의원들은 국민의당 지역구 의원들이 대부분 호남출신인데 비호남 출신의 안 대표가 당권을 쥐고 있는 게 못마땅한 것 같다. 그런데 ‘중도통합’으로 국민의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전을 할 경우, 안 대표의 당내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고, 중도통합을 반대했던 호남 중진 의원들의 입지는 초라해 질 수밖에 없다. 당권과 더욱 거리가 멀어지는 셈이다. 이것이 두려워 ‘3당합당’이라는 거짓프레임을 만들고 중도통합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의가 아니다.
물론 안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선 것은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다. 박지원 전 대표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대선후보였던 안 대표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원들이 전당대회에서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었다. 그렇다면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안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당인으로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이 패배하면, 다시 패권양당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다당제의 실험이 실패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도통합’은 필요하다.
안철수 대표나 유승민 대표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다당제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래야 제왕적대통령제인 6공화국을 끝장내고 국민주권이 강화되는 7공화국 개헌도 가능할 것 아니겠는가.
모쪼록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는 이제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중도통합’에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주기 바란다. 통합논의의 장을 원내에 국한하지 말고 원외지역위원장들은 물론 당원들에게도 활짝 열어놓는 게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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