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대통령제는 적폐의 근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2-05 14: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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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정부가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는 바로 제왕적대통령제다.

왜냐하면 대통령 한사람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6공화국체제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그토록 부르짖는 ‘적폐청산’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87년 헌법이 제정된 이후, 그러니까 제왕적대통령이 군림하는 6공화국체제의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비선실세’라는 적폐로 국민을 실망시켰었다.

노태우정권 시절엔 ‘6공황태자’라는 박철언 씨가, 김영삼정부에선 ‘소통령’으로 통하던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가 문제가 됐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엔 대통령의 아들 홍일·홍업·홍걸 삼형제가 모두 비리에 휘말려 ‘홍삼트리오’라는 소리까지 나왔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 씨는 관가에서 나도는 '형님 인사설'로 인해 ‘봉하대군’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엔 ‘영일대군’으로 통했던 이상득 전 의원이 도마 위에 올랐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가 문제가 되어 결국 탄핵까지 당했다.

단 한명도 예외 없이 역대 대통령 모두가 심각한 ‘적폐’의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인 것이다.

법륜스님도 “그 여섯 사람(6공화국체제의 역대 대통령들)이 다 문제 있는 사람들일까요?”라고 반문한 후 “사실 그건 아닐 거예요. 시스템 때문입니다. 대통령한테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역시 “이제 6공화국은 명운을 다했으니, ‘제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그런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는 것 같다.

지난 4일 열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 3주차 집중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개헌특위 자문위가 생각하는 정부 형태를 단일안이 아닌 병기안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최 의원은 “이원정부제와 대통령제를 병기하고 각 제도에 대한 자문위원들의 지지 상황을 실명으로 표기하면 자문위의 뜻이 충분히 국민에 전달되는데 굳이 다수안으로 쓰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형태 분과 자문위원 11명 중 6명은 내치를 총리에게, 외교·안보 등 외치를 대통령에게 맡기는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고 있으며, 내각제에 대해서도 2명이 찬성의견을 밝혔고, 1명은 유보 의견을 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선호하는 대통령중심 4년 중임제에 대해선 고작 두명만 지지를 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자문위원 다수가 선호하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저지하기 위한 ‘물 타기’의 일환으로 ‘4년 중임제’를 병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이럴 경우, ‘7공화국’으로의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이는 결국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는 분권형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5년 단임 제왕적대통령제를 4년 중임으로 3년 더 연장 가능하도록 함에 따라 ‘황제대통령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불운한 임기 말년을 보내야했던 역대 대통령의 불행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미래를 위해서라도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에서 보듯이 촛불민심 역시 잘못된 국가의 시스템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민심을 외면하면서 ‘적폐청산’을 외치는 것은 가증스런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진정 적폐를 청산할 의지가 있다면, 적폐의 근원이 되는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를 뿌리 채 뽑아내야 한다. 그러자면 문재인 대통령을 끝으로 낡은 6공화국체제를 마감하고 국민주권이 강화되는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물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까지 이를 방해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실제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곁다리로 투표하는 개헌 투표는 내용도, 형식도 맞지 않다”며 내년 6월 지방선거 개헌 투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적대적 공존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패권양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권형 개헌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3지대 정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당의 역량을 투입해 분권형 개헌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더라도 양당의 ‘정책공조’는 계속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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