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역할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2-2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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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여부가 연말 정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양당통합은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의 판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변수로 꼽히지만 호남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중진 의원들의 반발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여전히 중도통합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통합열차’의 종착역은 ‘분당’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안 대표는 18일 '한겨레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지금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정당이 (자유한국당을 대신해) 2등 정당이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통합신당이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치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맞대결양상을 보이면 지방선거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은 등 이른바 ‘호남3인방’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반대파의 의지 역시 확고하다.

박지원 전 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대표가)해괴망측한 논리로 통합을 밀어붙인다”며 “리더십이 실종되었다”고 맹비난했다. 정동영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보수야합’으로 규정하면서 “보수적폐세력 연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천정배 의원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자유한국당까지 아우르는 수구 기득권 세력의 대통합으로 가는 전주곡"이라며 "적폐통합의 전주곡이자 3당 야합의 재판(再版·지나간 일을 다시 되풀이함)"이라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은 나중에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 대표는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칼에 잘라 버렸다.

그는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중도보수대통합’을 추진하면서 거기에 안철수 대표도 포함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난 (중도보수대통합론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통합반대론자들이 ‘안 대표는 1990년 김영삼의 3당 합당처럼, 다음 대선에서 자유한국당까지포함해 범보수를 아우르는 대통령 후보가 되려 한다’는 의구심을 보이는 것에 대해 “국민의당이 사라지면 나도 없다. 난 모든 것을 걸고 지방선거를 치르고 있다”며 “이럴 때 나중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대선을 생각하는 건 머리가 나쁜 사람이다. 내가 그 정도로 머리가 나쁘지 않다. 지방선거를 잘 치러서 살아남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되레 “(자유한국당과 같이하려는 것 아니냐고) 내게 질문하는 분들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역공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너무 팽팽하게 맞서다보니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당내 일각에선 필자가 제안한 ‘발전적 해체’ 방식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즉 양측이 ‘합의이혼’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합의이혼을 하더라도 그 시기는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안 대표가 올해 안 통합선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상대(바른정당)가 있는 것 아니냐. 19일 대전까지 가면 전 당원의 의견을 어느 정도 모으게 된다”며 “이 내용을 갖고 시각차를 어떻게 좁힐지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는 19일 이후 통합논의를 본격화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체류 일정을 약 일주일가량 앞당겨 오는 21일 귀국하는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의 역할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손 상임고문은 이날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 들어가서 (당 내외) 사정을 보고 내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 대표는 손 상임고문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교감했고, 손 상임고문이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에도 수시로 연락하며 당 안팎의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손 고문과 직접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통합파는 손 고문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통합반대파는 손학규 고문이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정동영 의원은 “(손 고문이)보수야합 반대와 통합론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여기에 뛰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손학규 역할론을 일축했고, 유성엽 의원 역시 “당이 분란이 생기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이처럼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손 고문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모쪼록 그의 선택과 결단이 솔로몬의 지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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