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승부수에 유승민은 응답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2-21 1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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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승부수를 던졌다. 당원들에게 의견을 묻고 통합이 찬반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안 대표는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찬반여부를 전당원투표로 결정 짓겠다고 밝히면서 그 결과를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해 반대가 많으면 즉시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찬성이 많으면 신속하게 통합을 한 뒤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즉 전당원투표에서 찬성 의견이 많을 경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바른정당과 통합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해 전당대회에서 합당 의결이 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 대표는 통합이 되든지 안 되든지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나면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는 것이다. 이로써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논의가 자신의 정치적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국민의당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그의 이런 선당후사 정신은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을만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필자는 지난 8.27 전당대회 당시, 안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실망했었다.

그 전당대회는 대통령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지원 의원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됨에 따라 실시하게 되는 것이었다. 당시 박 의원은 마지막까지 대표직을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거나 당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상왕노릇 꼼수 그만 부리라”는 당내 반발에 부딪혀 결국 끌려 나가다시피 대표직을 내어주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대선패배 책임이 더 큰 안 대대표가 당권주자로 나서는 것은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정치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당시 안 대표의 전대 출마를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안철수 대표는 중도통합 추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숙연해진다.

특히 중도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당원들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안 대표가 독단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원내외 지역위원장들은 물론 전국을 돌며 당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민주적 철자를 밟아 나간 것은 박수를 받을만하다. 그리고 통합여부를 전당원투표에 붙여, 당원들로 하여금 결정하도록 당원에게 결정권을 부여한 것 역시 가장 민주적인 정당의 모습이라 할만하다.

사실 전당원투표제와 안 대표의 재신임 연계는 필자가 가장먼저 제안한 것이긴 하지만, 통합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주승용 의원도 안철수 대표에게 제안한 내용이다.

실제 주 의원은 “안철수 대표 측은 ‘호남에서 통합에 여론조사를 해보니까 호남에서 통합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 통합을 반대하는 호남 측의 의원들은 ‘호남의 민심이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고 있다. 팩트가 다르다. 그래서 이 팩트 체크를 한번 해봐야 되겠다는 차원에서라도 전당원 투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전당원 투표를 하게 되면 당원 60% 이상이 호남 당원이기 때문에 호남의 민심도 충분히 반영될 것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제안했다”며 “어쨌든 전당원 투표제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게 당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안철수 대표의 대표 퇴진문제에 대해서도 주 의원은 “전당원 투표를 하고 안철수 대표는 이 결과에 상관없이 뒤로 물러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대안이었다”고 호응해 주었다.

주 의원의 이런 판단은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통합을 반대하는 중진 의원들도 이쯤에서 조금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통합대열에 합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이제는 안 대표의 승부수에 응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저와 바른정당은 안 대표와 국민의당 개혁 세력의 결단을 환영하고, 이분들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개혁의 길을 같이 가겠다"며 "저는 새로운 개혁 연대의 성공을 위해 바른정당의 교섭창구를 즉시 만들어 국민의당과의 협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상당히 진척된 모습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호남중진 의원들이 중도통합을 반대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유승민 대표에게 있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유 대표에게 송두리째 가져다바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유 대표도 안 대표처럼 통합 후 백의종군을 선언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안 대표, 유 대표, 그리고 호남중진들이 모두 ‘합당하다’고 인정하는 분을 통합정당의 대표로 모시고 중도통합이 축제분위기 속에서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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