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반대파에게 ‘퇴로’를 열어주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2-25 13: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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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정치권에선 이제 그 누구도 내년 6.13 지방선거의 최대변수로 떠오른 중도통합의 흐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국민의당 내에서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 등이 중심이 된 통합반대파의 거센 저항에도 안철수 대표가 탑승한 통합열차가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는 탓이다.

실제 안철수 대표는 지난 20일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자신의 재신임을 연계한 전(全)당원투표를 제시하는 배수진을 쳤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27~28일에는 케이보팅(정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 투표 시스템), 29~30일에는 ARS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31일에 발표하도록 계획을 세웠다.

국민의당 안팎에선 전당원투표 결과, 통합찬성파가 압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파들이 당원들에게 ‘반대의견을 던지라’며 당위성을 설명하고, 당원들을 적극 설득하기보다는 고작 ‘보이콧’ 운동으로 투표율이나 떨어뜨리고 보자는 식의 대응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반대파는 '투표율이 33.3%를 넘지 않으면 찬성결과가 나와도 의미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실제로 반대파들은 25일 ‘전당원투표’를 금지시켜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동시에 “투표율이 3분의1에 미달할 경우 전당원투표의 개표를 하거나 투표 결과를 공표해선 안 된다”는 결정을 법원이 해줄 것을 신청했다.

통합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올 경우,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투표율을 이유로 투표결과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일단 막고 보자는 심산이다.

하지만 그 같은 반발도 속도를 내고 있는 통합열차를 세우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바른정당도 안철수 대표의 승부수에 화답하고 나선 마당이다.

실제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 바른정당 의원 11명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 한 결과, 반대하는 의원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바른정당 소속 의원 11명 중 9명이 통합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고, 나머지 두 명도 반대가 아니라 ‘조건부 통합’이었다.

특히 국민의당 내에서 중도통합을 가장 반대하는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이른바 ‘박정천’에 대해서도 바른정당 의원들은 비록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을 반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박정천 배제’를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지도 않았다.

양당이 결단만 하면, 중도통합은 얼마든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바른정당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 통합 시기에 대해 “(내년)2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전당원투표 이후 본격적인 통합논의를 위한 협상테이블까지 구성을 마친 상태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최근 통합 교섭 대표로 이언주·이태규 의원을 지명하고 이 같은 사실을 바른정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바른정당은 오신환·정운천 의원에게 교섭 창구 역할을 맡긴 바 있다.

이 같은 중도통합의 거센 물결을 막을 수 없다면, 반대파들은 이제 결단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으로 가거나, 분당해 딴 살림을 차리거나, 아니면 그대로 눌러 앉거나 셋 중 하나다. 일단 민주당으로 가는 길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실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근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들의 복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눈길을 준 바도 없고, 눈길을 앞으로 줄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분당해서 딴 살림을 차리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시간이 촉박한데다가 반대파 지역구 의원들만 가지고는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합당파와의 동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안철수 대표 진영에서 이들을 위해 ‘퇴로’를 열어 줄 필요가 있다. 어쩌면 안 대표의 통합 후 ‘백의종군’선언이 그들에게 회군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안 대표는 전당원투표를 제안하면서 통합과 자신의 재신임여부와 상관없이 통합 후에는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었다. 2선으로 후퇴하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자신이 직접 선수로 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통합에 대한 그의 진정성은 믿을만 하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통합반대파 일각에선 ‘국민의당을 유승민에게 가져다 바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는가하면, 심지어 ‘새로운 영남패권정당’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바른정당이 통합신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는 탓일 게다.

그리되면 부산출신의 안 대표, 대구 출신의 유 대표에 이어 같은 영남지역 인사가 함께하는 ‘신영남패권정당’으로 낙인찍힐 위험성이 크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 대표가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통합정당은 호남당이 아닐뿐더러 영남당도 아닌 전국정당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열차의 종착역이 분당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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