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황제 대통령’ 개헌 꿈꾸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1-02 13: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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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가 정부형태와 관련해 결국 최종보고서에 분권형 정부제(이원정부제)와 4년 중임 대통령제의 2개의 안을 병기하기로 했다.

분권형정부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외치와 내치의 권한을 나누는 형태로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 등에 대한 전권을 갖고 국내 행정은 총리가 책임지는 구조다.

4년 중임 대통령제는 현행 5년인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줄이되 한번 더 할 수 있도록 중임을 허용하는 제도다.

자문위가 단일안이 아니라 이 두 가지 안을 병기하기로 한 것은 순전히 집권여당의 압력 때문이다.

제왕적대통령제 폐해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집단인 자문위원들은 절대다수가 분권형 정부제인 이원집정부제 안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 자문위원 11명 중 7명은 분권형 정부제를 지지하는 반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지지한 자문 위원은 고작 두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명도 분권형정부제에 가까운 내각제를 부수 의견으로 명기한 만큼, 사실상 9명이 이원집정부제를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자문위원들이 독립성을 가지고 결론을 내린다면 이원집정부제가 단일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당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개헌특위 전체회의에서 자문위는 단일안이 아니라 병기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최 의원은 "상당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오해를 살만해 주의가 필요하다"며 ‘분권형 정부제’로 바꿔 쓰도록 압박했다.

국회 자문위가 독립성을 지니고 작성해야할 최종보고서가 민주당 입맛에 맞도록 단일안이 아닌 병기안이 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셈이다.

이는 자문위원 다수가 선호하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저지하기 위한 ‘물 타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결국 민주당 의도대로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용어는 ‘분권형 정부제’라는 뜻 모를 용어로 변질되고, 고작 두명만 찬성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도 최종보고서에 ‘병기안’이라는 명목으로 포함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혹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4년 대통령 중임제를 관철시키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참 걱정이다. ‘촛불민심’ 이후 왜 개헌론이 급격하게 정치권의 최대화두로 떠올랐는가를 먼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최순실 게이트’는 제왕적대통령제가 유지되는 낡은 6공화국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의 함성이 되어 전국에 울려 퍼졌다.

사실 87년 헌법이 제정된 이후, 그러니까 제왕적대통령이 군림하는 6공화국체제의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비선실세’라는 적폐로 국민을 실망시켰었다.

노태우정권 시절엔 ‘6공황태자’라는 박철언 씨가, 김영삼정부에선 ‘소통령’으로 통하던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가 문제가 됐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엔 대통령의 아들 홍일·홍업·홍걸 삼형제가 모두 비리에 휘말려 ‘홍삼트리오’라는 소리까지 나왔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 씨는 관가에서 나도는 '형님 인사설'로 인해 ‘봉하대군’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엔 ‘영일대군’으로 통했던 이상득 전 의원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그러다보니 이건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고, 그래서 제왕적대통령제는 ‘적패 중의 적폐’로 당장 바꿔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잇따랐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는 바로 제왕적대통령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히려 5년 단임 제왕적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8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도록 하는 ‘황제대통령’을 만들려고 하고 있으니 걱정인 것이다.

그런데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전략이라며 개헌문제를 도외시하고 있으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도통합문제로 당내가 어수선해 개헌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정말 우려했던 ‘황제 대통령’의 탄생이 현실화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모쪼록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조속히 통합논란을 매듭짓고, 개헌이 ‘개악(改惡)’으로 별질되지 않도록 단단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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