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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에 응모했다.
대구는 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에게 있어선 최고의 텃밭으로 ‘깃발만 꽂으면 개도 당선 된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바로 그런 지역에 당 대표가 직접 자신이 당협위원장이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 모습이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상태다. 당 대표가 솔선수범해 ‘험지(險地) 출마’를 결단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보신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얼마나 민망한 일인가.
특히 6.13 지방선거를 책임져야할 당 대표가 이처럼 자신은 ‘꽃길’만 걸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시밭길로 가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홍 대표의 이런 모습은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민주당 대표시절에 결연하게 ‘분당대첩’에 뛰어든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 2010년 4월 27일, 경기 분당을에서 당선된 한나라당(현 한국당) 임태희 의원이 대통령실장에 발탁됨에 따라 보궐선거가 있었다.
당시 분당은 한나라당의 전통 텃밭으로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그런 지역에 한나라당은 당 대표까지 지낸 막강한 강재섭 후보를 내세웠다. 민주당에서는 그 누구도 선뜻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 민주당 내부 일각에서 현직 당대표인 손학규 대표의 ‘살신성인론’이 제기되었고, 손 대표는 “선당후사”라는 말을 남기며 기꺼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쉽지 않았다. 실제 초기에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강재섭 후보가 압도적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지형이 변화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막판 뒤집기에 성공해 손학규 후보가 승리하는 이변이 연출되었다. 그래서 당시 언론은 손 후보의 기적 같은 승리를 일컬어 ‘분당대첩’이라고 불렀다.
‘꽃길’을 선택한 홍준표 대표와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은 손학규 고문의 모습이 마치 ‘보신주의’의 전형적인 정치인과 ‘선당후사’의 전형적인 정치인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손학규 고문의 가시밭길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 같아 안타깝다.
손 고문은 8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당이 제3당 역할을 하기 위해 몸집을 불리려면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극단 정치를 배제하고 중도개혁적인 정치가 이뤄져야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고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국민의당 내부 일각에서 통합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선 “지금 통합이 무산되면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으로 흡수되고, 국민의당 많은 세력은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되거나 '이중대'가 된다. 이 경우 또다시 양극정치, 분열의 정치로 가게 된다"며 분당의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양당 간 통합논의를 멈출 수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손 고문은 미국에 방문하기 전에 안철수 대표에게 중도개혁통합을 추진하라고 권유한 바 있다.
사실 손 고문의 입장에선 이미 중립파가 중재안을 제시한 마당이기 때문에 굳이 통합론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중립파들은 안철수 대표의 자진사퇴를 제안했는데, 그 후임으로 손 고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손 고문은 "그동안 자리에 연연하는 정치는 하지 않았다"며 "뭘 맡으라, 뭘 준다고 하지만 자리에 연연하고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손 고문은 “안철수 대표가 통합을 선언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용기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혁적인 중도세력이 하나로 해서 새로운 정치를 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손 고문이 생각하는 옳은 길이기에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기꺼이 통합파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선택은 통합반대파 이상돈 의원으로부터 즉각 공격을 받았다.
이상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그 분이 과거에 걸어온 길을 보면 참 중요할 때마다 다른 길을 가셨다. 항상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고 비아냥거리며 “그 분의 결정이 어떻든 대세에 영향을 줄 것이 없다”고 평가절하 했다.
손 고문이 고작 초선의 이상돈 의원 같은 사람으로부터 비아냥거림을 들을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기꺼이 ‘가시밭길’을 선택한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분당대첩의 기적이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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