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감 MB, 심판대에 못 세우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1-10 11: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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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원전수주라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군대를 흥정대상으로 해 국회와 국민을 기망한 죄는 현직이라면 탄핵감이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전 계약을 대가로 유사시 한국군이 자동개입하는 내용이 포함된 군사협정을 비밀리에 체결한 것에 대해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특사 파견 의혹과 관련해 그동안 이런저런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제 서서히 그 윤곽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일단 원인제공은 MB정부가 했다.

실제 MB정부 시절 국방책임자였던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2009년 UAE와 유사시 한국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비밀협정을 맺었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당시 UAE 원전 수주가 급했기 때문에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협정을 체결해줬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원전 수주를 따내기 위해 국회비준 없이 국민들 몰래 불법적으로 국군파병 협정을 해줬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원전 수주와 국군파병은 일종의 패키지였던 셈이다.

2009년 12월 27일, 그러니까 UAE가 발주한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 사업자로 우리나라가 최종 선정됐던 당시로 되돌아가보자.

막판 원전수주 지원외교에 나섰던 MB는 당일 오후 에미리트 팰리스호텔에서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전력 컨소시엄의 UAE 원전 수주를 확정했다.

당시 MB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주는 규모 면에 있어서도 역사적으로 최대이지만 대한민국이 원자력 수출국으로서 앞으로 새롭게 창출할 가치를 생각하면 더 큰 의미가 있다"면서 "더욱이 현재 원전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프랑스와 미국·일본 컨소시엄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김으로써 앞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미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의 치적을 홍보했다.

각 언론도 ‘이번 한국형 원전 첫 수출로 그간 국내 원전 건설에서 벗어나 중동 산유국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오히려 수출하는 명실상부한 산전국(産電國)의 꿈을 이루게 됐다’고 호평했다.

그런데 그것이 ‘유사시 국군파병’의 대가였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동안 UAE에서 전쟁이라도 발발했다면 어찌됐을까?

우리 젊은이들이 머나먼 사막에서 피 흘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지난 2010년 11월 MB정부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이면 합의 의혹을 부인하는 등 국민을 속이려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당시 국방위원회 소속 유승민 의원이 ‘파병 약속이 없었냐’고 거듭된 질문에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그렇다. 네”라고 위증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에 대해 MB는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김태영 전 장관은 MB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총대를 메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김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그런 세세한 것까지 부처의 사항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몰랐다”고 주장했다.

만일 MB가 정말 군사협약 내용을 알지 못했다면 그는 세계에서 가장 멍청한 군 통수권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UAE와 맺은 MOU에 대해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외적으로는 비공개이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김태영 전 장관 개인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MB가 그 내용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친이계에 의해 장악당한 자유한국당은 “UAE 게이트의 본질은 문재인 정권의 과도한 정치보복”이라며 길길이 날뛰고 있으니 황당하기 그지 없다.

물론 임종석 실장의 특사파견 의혹에 대해 ‘쉬쉬’하며 뭔가 감추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 문재인정부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원인을 제공한 한국당이 문재인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그나저나 현행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MB를 처벌할 수 없다면, 이건 법률상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2의 MB’ 탄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MB는 반드시 법정에 세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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