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 개헌’ 위해 勝者의 아량 보여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1-1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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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회 헌법개정ㆍ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5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개헌논의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가 개헌 시점과 정부형태를 놓고 이견을 보임에 따라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말 이러다 ‘졸속 개헌’이 이뤄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ㆍ13 지방선거’ 동시 투표를 목표로 개헌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실제 민주당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투표를 하려면 개헌 합의안이 늦어도 2월까지는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이미 내부 회의 등을 통해 개헌안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한국당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입장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3지대에 있는 국민의당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당은 ‘6ㆍ13 지방선거’ 동시 투표를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 그 때 개헌을 하려면 이미 당내에서 충분한 개헌논의가 이뤄지고 적어도 지금쯤은 독립적인 개헌안이 당론으로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개헌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매달리다보니 정작 그보다 더 중요한 국가의 백년지계인 개헌을 등한시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국민의당 내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전당원투표를 통해 당원의 지지를 확인했고, 당무위를 통해 2월4일 임시전당대회 날짜가지 받아놓은 상태다. 전당대회 의장인 이상돈 의원이 의도적으로 소집 일을 지연할 수 없도록 못을 박아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파가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그들의 외침은 공허할 뿐이었다. 이상돈 의장이 직권으로 전당대회 안건을 상정하지 않거나 필리버스터를 염두에 두고는 있다는 소리가 들리지만, 통합파가 '당원의 의무' 불이행을 근거로 의장해임 카드를 꺼내 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설사 이 의원이 내부소란을 이유로 산회를 선포하더라도 단지 통합열차를 지연시킬 뿐,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통합논의에 있어선 누가 뭐래도 안철수 대표가 승자(勝者)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취득한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으로 차기 대권을 꿈꾸는 안 대표에게는 훗날 치명적인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이쯤에서 승자의 아량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중립파들이 제안한 중재안을 매몰차게 뿌리칠게 아니라 못이기는 척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거다. 바른정당과 통합은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기 때문에 이제는 중립적인 성향의 인사가 통합을 추진해도 된다.

반대파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통합 열차를 막을 수 없다면, 이쯤에서 적당히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괜찮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금 반대파들 일부가 ‘개혁신당’이라는 미명하에 ‘호남 자민련’을 창당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분당 후 선거를 치른다는 건 불가능 한 거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중립파들의 중재안 수용의사를 피력하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반대파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호남 3인방’인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은 함께 가지 못하겠지만, 나머지 반대파들과 중립파들은 모두 끌어안고 가야 나중에 유승민 대표와의 경쟁에서도 도움이 될 것 아니겠는가.

특히 올바른 분권형 개헌을 위해서라도 중립파는 물론 반대파들 대부분을 끌어안을 필요가 있다.

지금 문재인대통령과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왕적대통령제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촛불민심을 거부하고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이 더욱 막강해지는 ‘4년 중임제’개헌을 꿈꾸고 있다.

통합에 집중하느라 이걸 막지 못하면 국민의당은 역사에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통합논의 과정에서 안 대표는 승리했다.

안 대표와 유 대표가 이르면 이번 주 초 '정치개혁선언문'(가칭)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상 공식 통합선언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제 통합은 어차피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안 대표가 반대파들에게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중립파와 반대파들에게 전대직후 실무적인 논의를 맡기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듯싶다. 백의종군 후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추대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시켜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렇게 해서 보다 단단한 ‘제3지대 통합정당’을 만들고, 그 힘을 바탕으로 낡은 6공화국 체제를 끝장내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 나갈 수만 있다면 안 대표는 우리 헌정사에 이름을 남기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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