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열-김성식, 선택에 달렸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1-23 15: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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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2월 초 중도통합 신설합당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이에 맞서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의원들도 별도 ‘개혁신당 창당’이라는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23일 현재까지는 어느 한 쪽으로 급격한 힘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양측의 힘겨루기가 워낙 팽팽하다보니 섣불리 어느 한 쪽의 승리를 점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국민의당 중립파의 선택, 특히 지역구가 호남이 아니라 수도권에 있는 중립파 의원들의 선택에 달렸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의당 지역구 의원들 가운데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서울 관악갑의 김성식 의원, 경기도 수원갑의 이찬열 의원, 광명을의 이언주 의원 등 3명에 불과하다. 이들 가운데 이언주 의원은 국민통합포럼 대표로 이미 통합파의 멤버로 깊숙이 활동 하고 있으니 논외로 하고, 나머지 중립을 지키고 있는 이찬열 의원과 김성식 의원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들이 통합정당에 합류할 경우, 반대파들이 추진하는 정당은 호남 의원들만 우글거리는 정당으로 끝내 ‘호남자민련’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지방선거 이후 지리멸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도통합 신당은 제3지대 세력의 중심이 되어 문재인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과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기대를 모아 약진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찬열, 김성식 두 의원이 반대파가 추진하는 개혁정당에 합류할 경우, 개혁정당은 ‘호남자민련’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전국정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중도통합 정당의 입지가 위축되고, 끝내 설 자리를 찾지 못해 소멸의 수순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3선의 이찬열 의원과 재선의 김성식 의원은 어느 정당에 합류하게 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당초 중도통합에 무게를 두었던 그들의 침묵이 유난히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해 볼 따름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외연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효과적인 전략이다. 필자는 지난 대선 당시부터 제3지대 후보의 승리를 위해 ‘안철수-유승민의 후보단일화’를 주장해 왔다. 그 연장선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추진을 환영하며 적극 지지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박지원 의원 등 반대파들이 ‘호남 당원들의 뜻’이라며 통합에 제동을 걸때엔, ‘전당원투표’로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했으며, ‘당원들이 안 대표를 신임하지 않는다’는 지적엔 그렇다면 ‘재신임과 연계투표’를 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안 대표가 이런 제안을 모두 수용해 주었고, 전당원투표 결과 반대파들의 ‘나쁜투표 거부’ 운동에도 23%의 높은 투표율에 74%의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었다.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도 “통합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주었다. 그렇게 해서 힘의 균형추는 급격하게 통합파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였다.

사실 전당원투표를 통해 당심이 확인된 만큼, 안 대표는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반대파를 설득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반대파들 가운데 상당수가 회군명분을 찾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조차 없었다. 그런데 급하게 서두르다보니 당규를 변경해 당원자격을 소급 박탈하는 등 전당대회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말았다.

특히 중립파들의 ‘선(先)사퇴 후(後)통합’이라는 중재안을 수용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경청하거나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단칼에 잘라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자신이 가는 방향이 옳더라도 ‘나를 따르라’는 식의 이런 태도는 정치지도자의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 기업의 오너는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경제 원리에 따라 효율을 최우선해야겠지만, 정치 지도자는 비록 더디더라도 함께 어우러져 가는 ‘협치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특히 통합 이후 신당이 ‘유승민 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중립파들이 통합에 전적으로 힘을 싣는 데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전날 유승민 대표를 향해 "감동적인 백의종군 선언을 기대한다"고 압박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다. 안철수 대표가 직접 이찬열 의원과 김성식 의원을 만나, 그들을 설득하고 전당대회 준비과정에 중립파들의 의견을 무시했던 점에 대해 사과하고, 특히 ‘유승민 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러면 김동철 원내대표 등 호남의 중립파 의원들도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고 통합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믿는다.

모쪼록 안철수 대표가 중립파들을 설득하기 위한 일환으로 오늘 예정됐던 국민의당 당무위원회를 연기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양측이 치킨 게임(Chicken game)하듯이 ‘강(强)대 강(强)’으로 치닫는 것은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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