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승패, 노년층 표심에 달렸다면...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2-20 15: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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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은 젊은 표심을 잡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정작 승패를 좌우하는 노년층 표심 공략에는 매우 인색하다.

실제로 각 정당은 ‘젊은 피 수혈’이라는 명목으로 공천과정에서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청년들에게 가산점을 주지만 ‘경륜’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정당은 찾아볼 수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각 정당에는 청년위원회와 노인위원회가 존재하지만, 노인위원회에 대한 지원은 청년위원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당연히 노인위원회의 발언권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출마예정자들 역시 젊은 층 공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3선 서울시장 도전을 공식 선언한 박원순 시장의 예를 들어보자.

박 시장은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젊은 층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박 시장은 카카오 기반의 블로그 ‘브런치’에 젊은층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주요 인사들을 직접 인터뷰한 글을 싣고 있다. 지금까지 래퍼, 일러스트레이터, 소개팅어플 대표, 웹툰 작가 등을 만난 것 역시 젊은 층을 의식한 행보다. 반면 박 시장이 노년층을 위해선 특별히 어떤 행보를 했는지 기억나는 게 없다. 아마 다른 지방선거 출마자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후보의 당락을 결정짓는 표심은 청년층이 아니라 노년층이다.

행정안전부의 1월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 연령별 인구현황’을 분석한 결과, 투표권이 있는 전체 유권자 4명 중 1명이상이 60대 이상의 노년층 유권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 19세 이상의 유권자 4270만 명 가운데 60대 이상의 노년층 유권자가 무려 1071만명(25.08%)에 달했다.

노년 층 유권자가 전체 연령층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작된 지 23년 만에 처음이다. 게다가 지난 2014년 치러진 지방선거에 비해 40대 이하의 유권자는 줄고 50대 이상 유권자는 늘어났다.

실제로 그동안 지방선거 유권자 연령분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40대였는데, 이번엔 40대가 869만명(20.35%)으로 50대의 850만(19.91%)명과 별 차이가 없다.

특히 각 정당이 공을 들이는 젊은층의 비율은 30대 17.24%(736만), 19세~20대 17.42%(744만)에 그쳤다.

게다가 유권자의 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투표율인데, 투표율 역시 장년층과 노년층이 청년 층 보다는 월등히 높은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에서 50대를 포함해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투표율은 50대 63.2%, 60대 74.4%, 70세 이상 67.3%로 20대(48.4%) 30대(47.5%) 40대(53.3%) 투표율을 압도했다.

결과적으로 장년층과 노년층의 표심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좌우할 핵심 키(key)로 등장한 셈이다.

어쩌면 이번 지방선거는 노년 유권자 층이 증가한 만큼 ‘경륜’을 우대하는 정당이 승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사실 정치와 행정에 있어서 ‘젊음’보다는 ‘경륜’이 훨씬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그동안은 ‘젊음’이 ‘경륜’을 뛰어 넘는 가치로 인정받아 왔던 것일까?

아마도 젊은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탓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맞이한 이제는 달라졌다. 노년층의 유권자 비중이 가장 많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경륜’이 우대받는 정치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50대 이상의 장년층 유권자들과 60대 이상의 노년층 유권자들도 ‘경륜’을 찬밥 취급하는 정당에 대해선 한번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가운데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정치인을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이른바 ‘DJP 연합’을 이룬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꼽을 것이다. 왜냐하면 DJ는 JP와의 ‘연합정치’를 통해 ‘경륜 있는 정치’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행동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386세대의 젊은 정치인들, 그로 인해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지금 가고자 하는 방향이 옳은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때로는 그들을 질책하고 때로는 다독이며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할 만한 경륜 있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 여야 각 정당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솔직히 각 정당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젊은 정당’이라는 구호는 이제 지겨울 정도다. 그러다보니 영혼 없는 구호처럼 들린다.

장담하건데 이번 지방선거는 ‘젊은 정당’이 아니라 ‘경륜 정당’을 내세우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경륜’은 ‘구태’가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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