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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과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고, 나아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라는 설명과 함께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승인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결정이다.
물론 올림픽개회식에도 북한 최고 지도부가 참석했는데 폐막식에 북한 고위대표단의 참석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제재대상인 김영철 부위원장의 참석은 문제가 있다.
우선 당장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해서 예외를 계속 허용해 왔기 때문에 이미 뚫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마식령스키장 남북 공동훈련 전세기 이용을 위해 미국 독자제재에 예외를 요청한 일이 있으며, 이외에도 북한 예술단 만경봉 92호 '5.24 조치' 면제,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 유엔 안보리 제재면제 요청을 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위원장의 방남까지 승인 한 것은 사실상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무력화 시킨다는 점에서 대단히 잘못된 결정이다.
폭압적인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로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유엔이 판단했다. 그래서 유엔이 대북제재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이런 보편적 의견과 합의된 조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찌 되겠는가.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3월 26일 NLL(서해북방한계선) 남쪽 백령도 부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 ‘PCC-772 천안’이 폭침돼 해군 장병 46명이 사망했다. 천안함의 폭침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3월 31일 호주, 미국, 스웨덴, 영국 등 4개국 전문가 24명과 국내 10개 전문기관의 전문가 25명, 군전문가 22명, 국회추천 전문위원 3명 등 모두 74명으로 구성된 5개국 민·군합동 다국적 조사단이 출범했다. 합동조사단은 51일의 정밀 조사 끝에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한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천안함 공격에 사용한 잠수정은 정찰총국이 지휘하는 침투용자산이다.
당시 정찰총국장이 바로 이번에 방남한 김영철 부위원장이다. 따라서 그를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도 2010년도 국회에서 “김영철이 주범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역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영철이 천안함 공격에서 일시적으로 지휘권을 박탈당하는 최고사령관의 특별결정이 없었다면 김영철이 지휘하는 것이 정상이므로 김영철을 주범으로 간주할 합리적 근거가 충분하다”며 "김영철이 (천안함폭침) 주범일 가능성이 100%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도 99%는 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각 부처는 “김영철이 주범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김영철 변호’에 나선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통일부는 “천안함 폭침은 분명히 북한이 일으켰으며 김영철 부위원장이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던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 관련자를 특정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고,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김영철의 주범 가능성에 대해 “공식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국방부 공식 문건에) 공식적으로 김영철이나 정찰총국을 언급한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상균 국정원 제2차장도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영철에 대해 “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을)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천안함 유족들은 전날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가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 46용사의 명예를 지켜줘야 하는데 어떻게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김영철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과 함께 대한민국 땅을 밟게 할 수 있나"라고 강력 성토했다.
남북대화가 필요하고, 대화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실적을 올리려는 문재인정부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 하는 바 아니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북측에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김영철 방남을 거부하고, 다른 사람을 내려 보내라는 요구를 하지 못한 문재인정부의 이번 결정은 참으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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