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미당, ‘보수’-‘청년’ 전략 통할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3-2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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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선거에서 인물 못지않게 중요한 게 전략이다. 특히 주요 공략대상을 설정하는 문제가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6.13 지방선거를 앞둔 바른미래당의 모습을 보면, 흡사 ‘선거에서 패배하기로 작정한 정당’처럼 보인다. 그러니 지지율이 오를 리 만무하다.

현재 바른미래당의 핵심 키워드는 유승민 공동대표가 입버릇처럼 떠올리는 ‘보수’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말하는 ‘청년’이다.

즉 ‘보수성향의 유권자’와 ‘젊은 유권자’를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말이다.

‘보수 사랑’이 유별난 유승민 대표는 오늘 일주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그는 6·13 지방선거를 불과 80여일 앞두고 ‘당 대표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다’는 당내 비판에도 결국 '나 홀로 미국행'을 택했었다. 그의 방미일정은 철저히 '안보'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도 보수의 색깔을 선명히 해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유 대표는 지난 15일 조선대 특강에서 이런 말을 했다.

"많은 분들이 제게 '통합을 했는데 보수, 이런 말은 뭐 하러 쓰느냐', '이념을 초월해 실용적으로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저는 자유한국당으로 대변되는 보수를 완전히 환골탈태시키는 데 제 정치적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든 (제가 보수 용어를 사용하는) 이 부분은 제발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는 통합 후 당 내 갈등의 주요 원인이었던 노선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극진한 ‘보수사랑’이 통합 이후의 바른미래당 지지율 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한 3월 둘째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자신이 순수 보수성향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5.2%에 불과했다. 순수 진보성향(16.1%)이라는 응답보다도 낮았다.

반면, 중도보수성향은 26.7%, 중도진보성향은 27.4%로 중도성향의 유권자가 무려 54.1%에 달했다. 확장성이 있는 ‘중도’를 외면하고, ‘보수’를 지향하는 결과가 바로 현재 바른미래당의 한 자릿수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바른미래당이 나아갈 길은 보수화가 아니다. 얼마 되지 않는 유승민의 집토끼를 잡기보다는 넓은 중원으로 나아가 산토끼들을 끌어 모으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청년’ 지향이다.

물론 정당이 젊어지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젊은 표심에 매달리다보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지금까지의 선거는 젊은 표심이 승패를 좌우해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다르다. 이른바 ‘실버 민주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년 파워’가 막강해 졌다.

실제 행정안전부의 2월 주민등록인구로 유권자를 연령별로 조사한 결과, 전체 유권자 4210만여 명 중 60대 이상이 1075만여 명으로 무려 25.2%에 달했다. 60세 이상이 최대 유권자 집단으로 부상한 것이다. 전국 226개 시·군·구 중에서 60세 이상이 30%를 넘는 지역도 110곳이나 된다. 더구나 지금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령대별 투표율을 보면 20대는 60%대, 30대는 70%대인데 반해 60세 이상은 80%대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보다 투표율이 훨씬 낮기 때문에 60세 이상은 실제 유권자 비율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지방선거는 60세 이상이 선거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그런데 바른미래당의 인재영입상황을 보면, 경륜 있는 인재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여의도 정가 일각에선 바른미래당을 향해 ‘애들 정당’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실제로 다선의 경륜 있는 인사들은 소수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발 빠르게 ‘60세 이상 공천 우대’라는 카드를 빼내든 것과 비교할 때 바른미래당은 확실히 전략부재다. 그러나 아직도 늦지 않았다. 한국당은 ‘60세 이상 공천 우대’라는 방침을 수립했을 뿐, 실제 현장에선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가산점도 정해진 게 없다. 한마디로 노년층의 표를 얻기 위해 사기를 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바른미래당이 진짜로 경륜 있는 후보들을 우대하는 공천방안을 적용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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