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불인견의 ‘친문 마케팅’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4-05 12: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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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더불어민주당 예비주자들의 ‘친문 마케팅’ 행태가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정권 실세들이 이른바 ‘친박 마케팅’을 펼치다 국민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실패한 사례가 민주당에서 '친문 마케팅'으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통령과의 인맥을 부각하는 선거전 때문에 정작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이 돼야 할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 정책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친문 마케팅’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다.

서울 송파을 재·보궐선거 예비후보인 최재성 전 의원은 송파 새마을시장을 방문하면서 ‘대통령의 복심’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다니기도 했다. 마치 자신이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다분하다. 오죽하면 공천 경쟁자인 송기호 변호사가 어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전 의원의 그런 행태를 ”낡은 정치”라고 쏘아붙였겠는가.

송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한 두 명의 복심이 아닌 당원들의 헌신과 참여, 자치에 시작한다. 최 전 의원의 ‘복심 어깨띠’는 문 대통령에게도 누가 되는 행위”라며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촛불민심을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복심을 자처하는 낡은 정치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설 전해철 의원도 “문재인과 전해철의 국민 성공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거는 등 노골적으로 ‘문재인’ 이름을 팔고 있다.

수도 서울의 수장 후보를 뽑는 서울시장 경선에서도 ‘친문마케팅’이 벌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박원순 시장은 지난 3일엔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를 모시고 제주를 찾았었지요”라는 글을 올리는 등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박 시장은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민주당 분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등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당내 비문진영의 대표자 격인 박영선 의원도 "지난 대선 때 결정적인 순간에 모든 것을 던져서 문재인 후보를 도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원조 친문'이라고 부른다"고 주장하는 등 다소 황당한 ‘친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우상호 의원은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은 유일한 서울시장 후보”라며 지난달 28일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특보단 50명의 지지선언을 확보하는 등 가장 활발한 친문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김교흥 인천시장 예비후보는 정말 황당하다.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을 지냈음에도 대표경력에 국회 사무총장 대신 ‘문재인 대통령 후보 조직특보실장’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벌이자 너도나도 친문 명함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안팎에선 '온 동네에 문 대통령의 사진만 보인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다못해 어느 민주당 당원은 자신의 SNS에 “민주당 후보 중에 문프(문재인 대통령)님과 안 친한 후보도 있느냐”며 “경선에서 문프(문재인 대통령)님 팔아먹는 후보자는 절대 찍어주지 말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민주당 지역 당원 모임들이 함께하고 있는 SNS 단체 대화방에선 최근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파는 소위 ‘측근들’의 출마를 적극 만류해서 파벌,족벌 정치의 구태정치를 끊어야 민심을 잃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실 ‘친문 마케팅’이 우선 당장은 경선에 유리할지 몰라도 본선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그것이 나중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단축시키는 족쇄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민주당 경선현장에 나타나고 있는 ‘친문 마케팅’은 ‘제2의 친박 선거’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특히 지방선거는 총선과 달리 정치적 색채를 띤 인물이 아니라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유권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내세울 게 없어서 고작 ‘친문 마케팅’이나 펼치는 무능한 후보가 아니라,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유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모쪼록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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