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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지지율만 믿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개헌, 그리고 ‘적폐청산’ 구호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일본 아베신조내각을 강타하고, 결국 난공불락 같았던 아베총리의 완고했던 성(城)이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어제 본사를 내방한 모 방송국 편성국장과 국제정세와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다.
그러자 그는 “혹시 ‘문재인정권’을 ‘아베내각’으로 잘 못 말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고 보니 일본 아베내각과 대한민국 문재인정권은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다.
아베 정권의 원동력은 50% 안팎을 꾸준히 유지한 높은 지지율이었다. 한때 지지율이 70%대에 이른 적도 있다. 그런데 그게 독이 되고 말았다.
실제 높은 지지율에 도취된 아베 총리는 가는 곳마다 “고름을 짜내겠다”며 일본 사회 대개조 의지를 피력했다. 한마디로 문재인대통령처럼 ‘적폐청산’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문제였다. 그 단적인 사례가 이른바 ‘사학스캔들’이다.
사학스캔들이란 사학재단 모리토모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에 아베 총리 부부의 영향력이 개입됐다는 의혹이다.
실제 일본 재무성은 오사카에 위치한 국유지를 모리토모 학원에 헐값에 팔아넘겼다. 이 과정에서 아베총리가 사익을 추구한 정황이 드러났고, 모리토모 학원과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의 관계까지 밝혀졌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다. 그 스캔들을 감추기 위해 무려 300건이 넘는 공문서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나는 전혀 몰랐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다.
오죽하면 입헌민주당 등 야당 인사들이 “고름을 짜 내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빗대어 “고름은 바로 아베”라고 쏘아붙이겠는가.
이는 적폐청산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도 정작 내부의 적폐에 대해선 지나치게 관대한 문재인정권의 모습을 빼다 박은 듯 닮았다.
어쨌거나 아베내각은 이런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지지율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니혼TV가 지난 13~15일 19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전달보다 3.6%포인트 하락한 26.7%였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로 사실상 ‘정권 유지의 위험수역’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아베총리가 오는 6월쯤에는 사임하게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베의 '정치적 스승'이라고 불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는 아베 총리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위험하다. 아베 총리의 사퇴는 현 국회가 끝나는 시점(6월 20일)이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아베 총리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후보들이 불안해할 것이기 때문에 자민당의 승리를 위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이런 지경에 이르기까지 아베내각을 적절히 견제하지 못한 야당의 무능함도 비판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아베 정권이 죽을 쑤는 지금도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야당 지지율은 입헌민주당 10%, 공산당 3%, 민진당 2%, 일본유신회 1% 수준으로 참담하기 그지없다.
반면 연립여당은 자민당 33%, 공명당 4%로 합치면 40%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아베정권이 지지율에 도취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야당이 조성해 준 셈이다.
이런 모습은 대한민국의 야당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실제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인사들이 잇따른 구설수 탓에 마치 폭탄을 맞은 듯 쑥대밭이 됐음에도 야당의 지지율은 형없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지지율의 절반수준에 불과하고, 바른미래당은 한 자릿수에서 맴돌고 있으며, 민주평화당은 고작 2~3%대로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지지율에 도취된 아베신조 총리의 독주와 그를 견제하지 못한 야당의 무능 탓에 아베내각이 몰락했듯, 문재인정권 역시 같은 전철을 밟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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