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YS 데자뷔’ 우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4-30 13: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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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 정당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아마도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메시지가 국민 대다수의 이목을 집중시킨 때문일 것이다.

실제 30일 공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가 무려 70%에 달했다. ‘잘 못 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24.8%에 그쳤다.

정당지지도에서는 집권당인 민주당이 52.2%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21.1%)보다 무려 두배 이상 높고, 바른미래당(6.1%), 정의당(5.2%), 민주평화당(2.7%) 등 모든 야당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도 높다.

(이 조사는 C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3~27일 전국 성인 2,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0%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문 대통령의 이런 지지율은 과거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집권3분기 지지율(83%)보다 낮기는 하지만 다른 역대 대통령들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민주당 지지율 역시 YS당시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 지지율의 최고치인 59%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52.2%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YS의 문민정부와 유사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청와대 개방 등 탈권위적 행보, 과감한 적폐청산 드라이브, 그리고 임기 초반의 고공 지지율까지 너무나 닮았다.

YS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벌였던 이유는 바로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대대적인 부패청산 작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실제 YS는 취임 직후 청와대를 개방했고, 취임 1주일만에 전격적으로 ‘금융실명제’를 발표했으며, 이후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 등 군부의 핵심인 하나회 세력을 일거에 축출하는 인사를 단행하는가하면, 부동산 거래 실명제 등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승부사 기질로 한 때 90%가 넘는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뿐만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두 명을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명분 아래 구속시켰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아래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것과 흡사하다.

하지만 퇴임 직전의 YS 지지율은 6%까지 ‘뚝’ 떨어졌다. 이는 지금까지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로 기록돼 있다. 민자당 지지율도 덩달아 폭락했고, 결국 당시 야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대체 YS 지지율이 그토록 폭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문민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YS의 최측근인 장학로 씨 뇌물 수수사건으로 휘청거렸으며, 여기에 ‘소통령’으로 불리던 YS의 차남 김현철 씨가 뇌물수수 및 권력남용 혐의로 체포되면서 보수 진영의 도덕성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안희정 전 충남지시와 정봉주 전 의원 등 친노 인사들의 ‘미투’로 인한 추락,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의원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연루 의혹 등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걱정이다. 지금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폭락하면, 국정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고, 결국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적폐청산’작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문 대통령과 여당은 어찌해야 하는가.

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야당과의 협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손 전 고문은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문재인 대통령이 잘했다. 4·27 정상회담으로 나라가 뒤집어질 정도로 들썩이고 있다. 뜨거운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며 극찬했다.

다만 그는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국내 정치적인 지지기반을 다져야 할 때"라며 "국민들의 열화 같은 지지가 다는 아니다. 국회와 야당의 지지가, 협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의 일방적인 지지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줄 것을 주고 그리고 나서 받을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에게 솔직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진정한 협치를 통해 국내 정치를 통합할 때 남북 통합의 길이 제대로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높은 지지율에 취해 일방통행 할 것이 아니라 야당과의 협치로 적폐청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차원에서 내부의 적폐를 도려내는 조치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드루킹 특검은 어쩌면 협치를 위한 필수요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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