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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총회는 결국 계파싸움을 벌이는 이전투구의 장이 되고 말았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 방안 논의를 위해 열린 의총에서 친박계와 비박계가 장장 5시간 이상을 신경전만 벌인 것에 대한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다.
당초 이날 의원총회는 ‘중앙당 해체’, ‘전권을 갖는 외부혁신비대위 구성’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당 혁신안을 추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양 계파 갈등만 노출하고 정작 당 혁신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0시쯤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개회하면서 “계파 간 갈등으로 한국당이 분열하고 싸우는 구조는 제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사실 계파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김 권한대행이다.
그는 지난 19일 김무성 의원을 수장으로하는 바른정당 복당파들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한 복당파 의원은 당내 친박계를 청산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당시 모임에 참석한 복당파 박성중 의원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친박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적으로 본다/목을 친다' 등의 '친박 살생부'를 방불케 하는 발언을 메모했고, 그 메모가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돼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런 자리에 복당파인 김 권한대행이 함께 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복당파들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 '김성태 쇄신안'은 당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인적 청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세가 약한 쪽이 피해를 입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친박계가 “김성태 쇄신안은 결국 복당파가 당 주류로 올라서기 위한 '친박 청산' 전략”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국당 전현직 당협위원장들로 구성된 재건비상행동 회원들이 이날 성명서를 통해 “당의 해체를 주장하며 탈당했던 인사들이 다시 당에 들어와 주요 당직을 장악하더니 급기야 당의 위기상황을 악용하여 다시금 당을 형해화 시키고 이후 당권을 장악하려 획책하고 있다”며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권장악 기도를 포기하고 즉각 퇴진하라”고 압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날엔 한국당 중앙위 6개단 및 26개 수석부위원장단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권한대행을 겨냥해 “대행직을 사퇴함으로써 파국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 권한대행이 ‘친박 척결’에 나선 복당파들과 회동한 것이다. 그러니 김 대행의 쇄신안이 의심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친박계 의원들은 “박성중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 “박 의원을 출당시켜야 한다” 등의 주장을 했고, 특히 박 의원의 메모에 등장한 김진태·이장우 의원 등은 “계파 갈등을 조장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사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심재철·김진태·이장우·이양수 의원 등은 ‘김 권한대행에게 지방선거 참패 책임이 있고, 혁신안이라고 내놓은 안도 본인의 독단적인 결정에 불과했다’, ‘지금 나온 계파 갈등의 문제와 김 권한대행이 무관하지 않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장장 의총 5시간이 넘도록 이 같은 공방만 오갔다.
이런 한국당의 의총 현장 소식을 접하며 드는 생각은 '아직도 한국당이 정신 차리려면 멀었다'는 것이다.
국민 앞에서 철저하게 반성하고,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도 지지를 받을까 말까 하는 상황인데, 홍준표 전 대표와 함께 선대공동위원장으로서 선거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할 김 권한대행이 되레 복당파들과 손을 잡고 당권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물론 인적청산대상이 되는 것이 두려워 쇄신안에 사사건건 트집 잡는 모습을 보이는 친박계 역시 꼴불견이기 마찬가지다.
과연 이렇게 정신 못 차리고 의총현장에서 이전투구나 벌이는 정당이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중앙당 해체가 아니라 아예 당을 해체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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