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왜 ‘연정-연대’ 구걸할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6-27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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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지속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의 ‘연정’, ‘연대’ 가능성을 흘리는 등 민주당을 향해 간절한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박지원 의원의 민주당을 향한 ‘짝사랑’이 애처롭게 느껴질 지경이다.

실제로 박 의원은 27일에도 여당과의 연정, 연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민주당 측 인사들이) 입장에 따라 전부 다른데 저하고 얘기한 상대방들은 연정까지도 가보자는 얘기를 했다"며 "청와대 인사와 민주당 중진급 인사들과 만나 그런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저는 연정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얘기했고 저하고 얘기한 분들은 그분들이 먼저 그런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연정’을 구걸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현재 민주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나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 평화당의 도움 없이는 국회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해보자고 얘기한 차원이지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연대’ 가능성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박 의원은 "제가 20대 전반기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할 때는 당시 우리 국민의당의 노력과 중재로 30년 만에 가장 빠른 원 구성을 했다"며 "지금 원구성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157석 개혁 벨트 구성(연대방안)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연정이 어려우면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을 비롯해 일부 무소속 의원이 참여하는 개혁입법연대를 하자는 것이다.

박 의원이 민주당과의 연정, 연대 가능성을 언론에 흘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19일에도 “우리 민주평화당이 도와주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이 국회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간다”며 “협치의 모델을 연정까지도 논의하자, 그런 얘기들을 (여권과) 물밑에서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 여권과 물밑에서 ‘연정’논의를 하고 있다는 박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일단 박 의원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여권인사들과 가볍게 그런 말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여권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실제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연정은 제가 재임하는 기간에는 0%”라고 못을 박았다.

추 대표는 당대당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민주당으로 돌아오겠다는 분들에 대해서는 당원들에게 의사를 묻겠지만 전혀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앞으로 국정 운영에 큰 변화는 없을 것”,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의 연정, 협치만 생각한다”라고 야당과의 연정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왜 박 의원은 이처럼 이뤄지지도 않을 민주당과의 연정이나 연대에 이토록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재 민주평화당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당시 박 의원은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민주당과의 연정론을 띄웠다. 국민의당 호남출신 의원들은 그런 박 의원의 말을 믿고 민주당과의 ‘연정’을 기대하며 바른미래당 합류를 거부하고, 민주평화당을 창당했다. 그런데 지금 민주평화당은 정치권에서 그 존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실제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평화당이 받은 정당 득표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1.68%에 불과했다. 바른미래당 득표율 7.62%와 비교해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이다.

그러다보니 내부에서 박 의원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것이고, 박 의원은 그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연정’ 가능성을 띄우고 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특히 평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연정’을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박 의원은 연정을 기대하는 평화당 의원들에게 일종의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화당이 살길은 민주당과의 연정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을 견제하면서 특히 호남지역에서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도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이제는 부디 이뤄지지도 않을 민주당과의 연정타령을 그만하고, 독자적인 생존방안을 모색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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