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북한경제만 어려운 게 아닙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10-15 12: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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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아예 발 벗고 나선 모양새다. 북한경제가 어렵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진행된 프랑스를 대표하는 보수 매체인 르 피가로(Le Figaro)와 서면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대리 피력하면서 “북한은 국제 제재로 인해 실제로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비핵화 합의를 어길 경우 미국과 국제 사회로부터 받게 될 보복을 감당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그것을 믿고, 북한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북한이 핵을 폐기하거나 폐기절차를 이행할 경우, 국제사회는 더 이상 대북제재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제재 해제를 검토할 정도로 북한이 비핵화를 진전시키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핵시설 목록 신고를 거부했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핵목록 일부만이라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마저도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록을 제출하더라도 미국이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라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종전선언과 경제제재 해제가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핵 목록을 제출할 수 없다는 게 김 위원장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북제재를 오히려 강화하는 한편 문재인정부의 제재 해제 이탈 움직임에 강력한 경고를 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화 장관이 국회에서 5.24조치 해제 검토의사를 밝힌데 대해 "(나의) 승인이 없이 한국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미 재무부는 이미 한국은행들에게 대북 제재 위반을 주의하도록 경고한 상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굳이 북한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걱정하며, 대북제재 해제에 국력을 집중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어차피 이제 한반도에 불어오는 ‘평화’의 바람은 되돌리기 어렵게 됐다. 북한도 마냥 미국과 신경전을 펼칠 처지가 아니다. 굳이 문 대통령이 국내경제의 어려움을 내팽개치고 외국에 나가 대북제재를 해제해 달라고 읍소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따라서 대통령은 이제 북한의 경제난을 걱정하는 대신, 국내 경제난을 걱정하고 일자리 창출 등 경제문제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사실 지금 국내의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올해 실업자 수는 무려 102만4000명에 달한다. 이 같은 실업률은 13년 만에 최고치다. 체감경기지표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조선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9월 실적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 후반대로 예상되지만, 2019년에는 세계 경제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약화되고 투자 감소 등 하방 리스크로 인해 2% 대 중반까지 하락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의무화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비가역성을 우려하며, 경제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가 아니라 ‘국내경기 부양’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오죽하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날 문재인 정부를 향해 "화려한 국제외교 속에 멍들어가는 국내경제, 서민의 고통에 더욱 더 귀를 기울이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겠는가.

손 대표는 또 "한반도 평화 흐름 속에 남북관계가 좋아져도 곧바로 경제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남북평화가 곧바로 경제에 풍요를 가져다주리라는 착시효과를 국민들에게 주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옳은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평화가 경제에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은 해결되지 않는다.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인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대북제재를 완화시켜보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을 이해하지만, 그런 노력의 절반이라도 대한민국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해소하는데 쏟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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