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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혁신의 핵심이라 할 인적쇄신에 실패한 자유한국당이 대안으로 ‘보수대통합’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는 보수 세력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패망의 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강력한 인적청산 작업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오는 2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김 위원장은 현재까지 인적쇄신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앞으로도 인적쇄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카드가 바로 ‘보수대통합’이다.
한마디로 인적쇄신을 포기하고 ‘태극기부대’와 같은 인적청산대상들까지 마구잡이로 받아들여 한국당이라는 한 울타리 속에 집어넣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권을 부여받은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22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태극기 부대를 극우라고 표현하고 그렇지 않은 보수는 건전보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왜곡"이라며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고 직전 대통령이 구속돼 추락한 국격을 걱정하는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분들이 현 정권, 더 나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고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아주 잘못된 시각"이라며 "강경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보수가 아니라고 배제할 것인가,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극기부대도 보수대통합의 대상이라는 뜻이다.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도 태극기부대를 끌어안겠다는 전원책 위원의 방침에도 동의를 표했다. 이 위원은 “태극기를 들고 참여하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다 우리와 똑같이 일상적으로 항상 보수의 가치를 지지하고 그 속에 끼고 싶어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시민”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병준 비대위원장마저 태극기 부대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미래의 새로운 비전을 내놓고 새로운 꿈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사회 전체를 통합해나가야지 ‘누구랑 이야기를 못 한다’ 이렇게 선 그을 문제는 아니다”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과연 이 같은 ‘보수대통합’이 보수 세력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태극기부대에 대한 한국당 지도부의 구애가 바른미래당내 보수성향의 바른정당 출신들마저 한국당에 등을 돌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조차 희박한 상황이다.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은 지난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며 새누리당(현 한국당)에서 탈당해 나온 바 있다. 따라서 한국당이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을 완전히 지워내지 못하고, 탄핵반대세력인 태극기부대를 끌어들이면 돌아갈 명분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당의 혁신과 관련해서 늘 '인적청산이 우선'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당내 인적쇄신은커녕 당 밖의 인적청산 대상들마저 마구잡이로 받아들이겠다니 바른정당 출신들은 돌아 갈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바른정당 출신의 한 원외인사는 "(태극기 세력도 통합 대상이라면) 이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길은 '죽는 길'이 됐다"고 단언했다.
최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한국당발 보수통합론에 "갈 테면 가라"며 강하게 발언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설사 명분을 내팽개치고 한국당으로 달아간다고 해도 '태극기부대'가 책임당원으로 한국당에 대거 포진해있으면 바른정당 출신들은 당내 선거에서 경선을 넘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경선 상대가 탈·복당 경력과 출신을 문제삼아 거센 '네거티브 공세'를 전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바른정당 출신들의 한국당 복당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당이 최근 당력을 기울여 분위기를 띄웠던 '보수대통합'은 본격 개장하기조차 전에 파장 분위기다. 결국 한국당은 ‘인적쇄신’도 실패하고 ‘보수대통합’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제 한국당에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바로 당을 ‘발전적 해체’하는 것이다.
즉 한국당내 복당파 등 전향적인 세력이 당을 해체하거나 탈당해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바른미래당과 통합해 ‘중도개혁통합’을 이루면 다음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항세력으로 굳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럴 경우에도 한국당 내 친박계와 태극기부대 등이 주축이 된 '강경보수'세력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국민적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태극기부대가 주축을 이룬 정당의 지지율은 탄핵정국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20%가 그대로 지지할 것이고, ‘중도개혁정당’은 탄핵을 찬성했던 80%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들을 뺀 약 40%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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