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선거제, 이번엔 꼭 바꾸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10-28 13: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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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금의 승자독식 선거제는 민심을 심각하게 왜곡시킨다.

거대 정당은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가고, 소수 정당은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는 의석을 가져가는 탓이다.

실제로 서울시의회의 경우,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0.92%의 정당득표율로 총 110석 중 102석을 차지했다. 고작 절반을 조금 넘는 득표율에도 무려 92.73%의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11.48%의 정당득표율에도 0.9%인 1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민주당을 찍은 1표와 바른미래당을 찍은 1표의 가치가 무려 23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이처럼 민심을 왜곡하는 현행 선거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승자독식 양당제로 인해 거대 양당은 당리당략만을 위한 권력다툼에 혈안이 되어 민생정치를 외면했다. 대통령 갑질, 청와대 갑질, 여당 갑질이 끊이지 않았다”며 “승자독식 양당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선거제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0월 22일 첫 회의를 시작했다니 기대가 크다.

사실 이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이 같은 불비례성을 해소하는 다양한 방안이 제시된 상태다. 따라서 국회가 확실한 의지만 갖고 있다면 선거제도를 바꾸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선거제는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헌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요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미온적인 태도다.

사실 각 정당이 득표한 만큼만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으로 여기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손학규 대표가 제시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바로 그런 제도다. 지역구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각 정당의 전체 의석을 정당득표를 기준으로 해서 나누자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 도입문제도 검토할 만하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지역구에서 1명씩 당선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당선자를 뽑는다. 특정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싹쓸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지역감정 완화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과 정치권에서는 이런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선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연일 선거제 개편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은 아예 ‘팔짱’을 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으니 문제다.

거대양당이 연동형 비례제를 꺼리는 이유는 승자 독식형인 현행 소선거구 제도가 자당의 의석수를 유지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여야 5당 원내대표에게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게 전부다. 문 대통령이 실제로 선거제 개편 움직임을 보인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민주당 역시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다.

사실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 대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자신들이 집권하고 나서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지금 최대로 기득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에선 ‘그냥 이대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굳이 나서서 선거제 개편을 추진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이 "국민들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선택이 전체 의석수와 결과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는 좋은 합리적인 선거제 개편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선거제 개편 논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보수 텃밭인 영남권 지지율이 회복되면 언제든지 입장을 뒤집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당제다. 다시 양당제로 돌아가는 걸 국민이 원치 않을 것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제 개편논의에 제동을 걸거나 딴청을 부리면서 의도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국민은 그런 정당을 심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국민의 심판을 받지 않으려면, 민주당과 한국당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선거제 개편에 임해야 할 것이다.

승자독식의 선거제, 민심을 왜곡하는 잘못된 선거제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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